지난해 말 중국 지방정부의 초청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 커라마이(克拉瑪依)를 찾았다. 1955년 커라마이 1호 유정이 석유 생산에 들어가며 신중국 첫 유전 개발이 성공한 지 70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커라마이는 중국 내륙 석유 산업의 상징적 도시다.
칼럼 제목만 보고 애국심이 끓어올라 비난을 퍼붓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목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 제목은 애초 다른 칼럼에서 중국 과학기술 분야의 빠른 발전을 다루며 달려던 것이었다. 그때 제목을 바꾼 것은 우리 역시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솔직히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어차피 “중국으로부터 얼마를 받고 이런 글을 쓰느냐”, “이미 중공에 포섭당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여기까지도 읽지 않을 것이므로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
각설하고, 커라마이의 ‘백리유전(百里油田)’은 문자 그대로 100리에 걸쳐 펼쳐진 유전을 뜻한다. 도시 외곽 사막과 초원 지대 수십㎞에 걸쳐 유정이 이어진 광역 유전 지대다. 흔히 ‘메뚜기’라 부르는 오일펌프는 고개를 끄덕이듯 위아래로 움직이며 쉼 없이 기름을 퍼 올렸다.
이곳은 단순한 생산 현장을 넘어 중국 현대 산업사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50년대 중국이 ‘자력갱생’을 외치던 시절 커라마이 유전은 발전 가능성의 상징이자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의지의 표상이었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징은 여전히 작동 중이며, 최근 해당 지역은 석유를 넘어 수소 에너지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커라마이로 향하는 길에서 또 다른 장면을 봤다.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날아가며 고비사막을 지날 때다. 어림잡아 수천 기에 달하는 풍력발전기가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였다. 우리도 재생에너지 설비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규모와 밀집도를 보며 ‘풍력발전을 하려면 이런 곳에서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막는 산도, 민원이 제기될 마을도 없는 광활한 공간. 한국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풍력단지를 지나자 이번에는 사막 위로 빛을 흡수하는 태양광 패널이 드넓게 펼쳐졌다. 석유의 도시로 향하며 재생에너지의 바다를 본 셈이다.
지난 1월 중국 국가에너지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누적 발전 설비 용량은 38억9000만㎾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이 중 태양광은 12억㎾, 풍력은 6억4000만㎾로 각각 35.4%, 22.9% 늘었다. 풍력·태양광 누적 설비 용량은 처음으로 18억㎾를 돌파해 전체 설비의 47.3%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 매체를 보면 여기에 더해 새로운 자원 발견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들어 칭하이성과 티베트자치구 일대에서 천연 수소 매장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칭짱고원에서 수소와 메탄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관영매체는 이를 차세대 청정에너지의 단서로 평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장 쿤룬산맥 접경지대에서 1000t 규모로 추정되는 금광 윤곽이 드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한 ‘2024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은 불편한 수치를 보여준다.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과 비교한 기술 격차는 한국이 2.8년, 중국은 2.1년으로 2년 전보다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략기술 50개 분야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이 유일하게 1위를 유지하던 이차전지는 역전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수준 평가에서 중국이 근소하게 앞섰다.
물론 중국 역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침체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또 자원과 설비가 곧바로 국력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자원과 기술을 결합해 국가 역량을 확장하려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자원은 지리적 운에 좌우되지만 기술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원 없는 나라의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부러움’은 감정이지만 국가적인 대응은 전략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