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김인호 산림청장을 직권면직했다. 김 전 청장이 임명 6개월 만에 잘린 이유가 음주운전 사고라니 어이가 없다. 그는 지난 20일 밤늦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채 달리다 버스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정지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장 폐쇄회로(CC)TV엔 접촉사고 전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를 칠 뻔한 아찔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경찰 입건 하루 만에 김 전 청장을 직권면직 조처를 하며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인 건 잘한 일이다.
산림청은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1월20일로 앞당겨 전 직원이 비상근무 중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산불 대응체계의 최고 책임자인 기관장이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으니 공직자로서 기본 소양조차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산림청공무원노동조합은 그제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조직 구성원의 사기와 자긍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계 출신인 김 전 청장은 앞서 공직자 국민추천제 게시판에 ‘셀프 추천’ 글을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추천서에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수년간 시민단체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을 강조했다. 이런 인연이 발탁 배경이 됐다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이처럼 공사 구분도 못하는 인사를 발탁한 대통령실도 문제다. 인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21∼22일 전국에서 모두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21일에만 12건이 일어났는데, 2월에 10건 이상이 하루에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산림청장 공석 사태로 산불 예방과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조직이 동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공직 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에 줄을 대고 공약 준비를 돕던 과거 공직사회의 작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