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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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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 무효화, 통상 불확실성 증폭
외풍 취약 韓 큰 악재 작용 가능성
유연한 대처로 경제 실익 집중하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주에 제동이 걸렸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미국이 지난해 4월 이후 전 세계 무역대상국에 부과해오던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이 관세인하를 대가로 체결한 무역합의와 1750억달러 규모의 관세환급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오히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는 즉각 ‘플랜B’를 가동했다.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고 모든 나라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더니 하루 만에 다시 법적 상한인 15%까지 높였다. 트럼프는 “향후 몇 달 안에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관세의 유효기간은 최장 150일인데, 그 사이 무역불공정관행(무역법 301조)과 자국산업 피해 및 보복(201조, 338조), 국가안보(232조) 등을 이유로 더 가혹한 관세를 물릴 수 있다.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도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

한국이 새 관세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은 지난달 말 트럼프가 대미투자입법 지연을 빌미로 25% 관세인상을 경고한 후 후속 협의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 비관세장벽과 쿠팡 문제까지 거론하는 판이다. 미 통상당국이 향후 5개월간 진행할 관세 부과 관련 조사에서 대미흑자 11위국인 한국도 포함될 텐데 트럼프의 압박은 더 독해질 수 있다. 한·미 관세합의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등 안보 현안까지 아우르는 패키지딜인 만큼 우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청와대는 어제 미국과 우호적 협의를 이어가고 3500억달러 투자도 차질 없이 이행할 뜻을 밝혔다. 맞는 방향이다. 이번 판결로 생긴 법적 공백을 실익을 키우는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미국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교한 대처로 국익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대만, 중국 등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며 상황별 비상계획을 치밀하게 짜야 할 것이다. 정치권 역시 초당적 협력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정부 협상력을 깎아내리고 대미투자특별법까지 지연시키며 몽니를 부릴 때가 아니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