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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탄소 180톤 붙잡아둔다"…왕버들, '숨은 저장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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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타르당 평균 180t 탄소 저장
토양에만 겨울 평균 122t 축적
국립생태원 ‘숨은 저장고’ 확인

우리나라 하천 습지의 대표 식생인 왕버들이 ‘숨은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국가 온실가스 총량 산정에서 왕버들이 탄소 흡수원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열렸단 관측이 나온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연구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 토평천 일대에 자리 잡은 왕버들군락은 헥타르당 평균 약 61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까지 포함한 저장량은 180t에 달해 습지 생태계가 막대한 양의 탄소를 공기 중에 방출하지 않고 땅 속에 붙잡아두고 있음이 증명됐다.

 

22일 국립생태원 연구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 토평천 일대에 자리 잡은 왕버들군락은 헥타르당 평균 약 61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 제공
22일 국립생태원 연구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 토평천 일대에 자리 잡은 왕버들군락은 헥타르당 평균 약 61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 ‘생태계 유형별 탄소·흡수 저장량 산정모델 연구보고서’를 보면 조사가 진행된 토평천 유역은 람사르 습지인 우포늪 상류에 위치한 지역으로, 헥타르당 평균 1308그루의 왕버들이 자라고 있다. 왕버들군락에는 헥타르당 평균 61t의 탄소가 저장돼 있으며, 식생 아래 지하 30cm 깊이 토양에는 가을·겨울철(10~12월) 평균 122t의 탄소가 축적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톤(tCO2)으로 환산하면 670t 규모로, 약 56명의 사람이 1년간 생활하며 배출하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t 수준이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왕버들은 국내 하천과 습지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왕버들 나무숲인 전북 고창 ‘삼태마을숲’이나 경북의 ‘청송 관리 왕버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 왕버들을 비롯한 습지 식생은 물에 잠긴 환경 특성상 산소가 부족해 유기물 분해가 억제된다. 이 때문에 식물이 흡수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토양에 저장된다.

 

연구진은 “하천 제방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버드나무류는 높은 일차생산량과 빠른 생장 속도로 인해 높은 탄소 흡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왕버들군락의 탄소수지를 평가하고 온실가스 저감 능력을 평가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 온실가스 총량을 계산할 때 왕버들이 ‘탄소 흡수원’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에 활용되는 공식 계수가 이번 연구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왕버들 군락의 탄소흡수 능력을 산정하는 4종의 ‘왕버들 탄소흡수계수’를 국가고유계수로 공식 승인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왕버들을 비롯해 내륙습지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주로 탄소 배출원으로 산정해왔다. 내륙습지에 대한 고유 배출·흡수 계수와 활동자료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안한 국제 공통 지침으로 국가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습지에 있는 버드나무 등은 탄소 흡수원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다만 탄소흡수계수가 작년에 막 개발이 된 상태이고 관련 통계도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서 국내 왕버들군락 규모와 탄소흡수량에 대한 자료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도 있다. 왕버들이 탄소 흡수원으로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선 탄소 저장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또 습지 식생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메탄과 산화질소 등을 배출하는 이중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흡수량인지 검증해야 한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탄소 흡수·배출량을 제출할 때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체계적 분석의 시작”이라며 “다만 저장량과 흡수량이 바로 연결된다곤 할 수 없어서 향후 연간 저장량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