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환율 1500원이 한때 무너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어제 새벽 달러당 1506.50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1500원이 뚫린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거래가 적은 야간시장에서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원화 낙폭이 최근 한 달 새 6.8%로 일본 엔화(3.2%)와 유로화 (2.8%) 등 주요국 통화보다 2∼3배나 크다.
외환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해외출장을 가려다 공항 인근에서 차를 돌려 한은으로 복귀했다. 정부와 한은은 미국의 이란 공습 후 지난 1일 24시간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이 와중에 환율 사령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대외적인 충격 변수가 안정을 찾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천수답식 인식까지 드러내니 딱한 노릇이다. 이 총재도 두 달 전 “어떤 경제 모델을 쓰더라도 1480원대 환율은 펀더멘털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환율 1500원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외환당국이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환율 급등은 중동발 전쟁 탓에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매도, 고유가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 1500원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 불안은 외풍에 취약한 한국경제에 큰 악재다. 환율 고삐를 제때 다잡지 않으면 국내시장이 국제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말란 법이 없다.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고환율까지 더해지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재앙까지 현실로 닥칠 수 있다.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환율 방어의 둑을 높게 쌓는 게 급선무다. 국민연금 동원이나 기업·금융회사 팔 비틀기와 같은 미봉책은 한계가 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발 경제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달러와 원화 교환계약)를 체결해 급한 불을 껐다. 정부는 미국 측에 통화스와프 재개를 강력히 요구해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미국도 환율 안정 없이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가 어려운 만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