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취준생 이모 씨는 3년 째 입사 지원서를 내고 있다. 이 씨가 지원서를 낼 때마다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프로필 사진이다. 심사위원들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용모단정’한 이미지가 중요해서다. 이 씨가 선택한 것은 AI를 활용한 얼굴 성형이다. 이 씨는 “(남들보다) 큰 얼굴에 콤플렉스가 있는데 얼굴을 갸름하게 다듬고 피부 톤을 손질하는 데 AI 도움을 받는다”고 귀뜸했다.
이 씨처럼 자기소개서·이력서 작성은 물론 취업용 증명사진을 AI로 생성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합성·조작이라는 지적 속 실제 모습과 괴리가 커 면접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일부 기업의 채용 공고에는 ‘AI로 생성한 증명사진의 업로드를 금지한다’는 공지가 등장했다.
◆“AI 사진 당락 결정하진 않지만 신뢰성의 문제”
9일 업계에 따르면 AI 증명사진은 이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제작 요령과 구체적인 프롬프트(명령어)까지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면, ‘측면이나 전신사진보다는 얼굴이 잘 보이는 상반신 정면 사진을 활용해야 결과가 안정적’, ‘긴 흑발 스트레이트, 중앙보다 약간 오른쪽 가르마’, ‘심플한 검은색 정장 재킷과 흰색 이너’ 등의 구체적인 프롬프트(명령어)가 소개된다.
AI 취업 사진 전문 유료 서비스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들은 전문 사진관의 4분의 1 수준인 2만 원대에 수십 장의 시안을 제공한다.
기업 채용 관계자들은 AI 사진 자체로 당락이 결정되지는 않지만, 지원자의 전반적인 태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장은 “사진이 합격 여부를 직접 결정짓지는 않으나 신뢰의 문제는 별개” 라며 “면접장에서 본 지원자와 사진 사이의 괴리감이 크면 경력 등 다른 서류 내용도 과장됐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급적 어색한 AI 프로필 사진은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사진은 정장을 입은 단정한 모습이면 충분하고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결국 성의의 문제” 라며 “AI 사진 활용과는 별개로 성의 없이 찍은 셀카 등을 제출하는 지원자는 탈락 시킨다”고 밝혔다.
사진사들은 AI 사진이 완벽할 수 없다고 지적하지만 기술 전문가들은 이를 일축한다.
강남구에서 취업 사진 전문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모(33) 씨는 “AI가 지원자 고유의 분위기나 직종에 적합한 ‘신뢰감 있는 인상’은 잡아내지 못한다” 며 “수천 명의 얼굴을 마주해온 면접관들에게 기계가 만든 매끄러움과 사람이 가진 생동감은 확실히 차이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AI 자소서… 채용담당 70% “참모습 평가 어려워”
입사 지원 시 AI 도움을 받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AI 기반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무하유가 발간한 ‘AI 자기소개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제출된 자소서 중 70% 가량이 AI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20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가 자기소개서 작성 시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은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AI를 단순한 ‘편법’이 아닌, 하나의 ‘활용 능력’이자 ‘전략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인력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진짜 실력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커리어 지원 플랫폼 ‘레주메지니어스’는 미국의 채용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응한 채용 담당자 76%는 ‘AI 때문에 지원자의 참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지원자가 지원서류에 AI 도구를 쓸까 봐 걱정된다’는 답변도 58%에 달했다.
채용 담당자들이 실제 겪은 ‘문제 사례’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AI로 생성해 제출하는 경우’라는 답변이 47%로 가장 많았다. ‘포트폴리오나 창작물을 AI로 만들어 내는 경우’(35%)와 ‘채용에 참고할 수 있는 링크트인이나 그 외 SNS 프로필을 AI로 생성하는 경우’(33%)라는 답변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