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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당원주권주의’… 與 지지층 분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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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재명 현상’ 주목

검찰개혁 비롯한 당내 정치현안
당원들 참전시켜 편가르기 잦아
지방선거·8월 전당대회 앞두고
벌써부터 자기정치 이용 비판도

李 임기 1년도 안 돼서 당원 분열
대통령도 강성 당원 심판 대상 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를 둘러싼 검찰개혁 논쟁 속에 여권 지지층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과수술식 현실 개혁론’을 지지하는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과 강경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전통적 지지층이 정면 충돌하는 구도다. 여권 인사들 또한 6·3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력 구축을 위해 이런 흐름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천명한 ‘당원주권’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원을 당내 의사결정에 참여시킨 결과, 당원들이 당내 권력다툼에 앞장서고 일부 의원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도 안 끝났는데… 당권투쟁 시작?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새로운 지지층을 의미하는 이른바 ‘뉴이재명’ 현상을 여권의 외연 확장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배·이언주 의원, 송영길 전 대표. 뉴시스
지방선거도 안 끝났는데… 당권투쟁 시작?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새로운 지지층을 의미하는 이른바 ‘뉴이재명’ 현상을 여권의 외연 확장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배·이언주 의원, 송영길 전 대표. 뉴시스

◆세력화 수단 된 ‘뉴이재명’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뉴이재명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송영길 전 대표, 김영배·서미화·안도걸·이건태 의원,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를 생중계해서 모든 걸 투명하게 보여준다”며 “이제 음모론 같은 건 필요 없다. 뒤에서 음모를 꾸민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여 성향의 ‘강경 스피커’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 거래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서미화 의원이 “대통령님의 지지율은 60% 이상을 늘 상회하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당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을 하자, 현장 당원 사이에선 “정청래 대표 때문”이라는 호응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를 높이 평가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장면도 반복됐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송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며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와 러시아산 가스·석유라도 우리나라로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가 “대한민국에 뉴송영길 시대가 열렸다”고 치켜세웠고, 현장 당원들은 송 전 대표를 연호했다.

 

이를 두고 당원들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서는 “시대가 바뀌는 신호”라고 옹호했지만 전통 지지층 중심인 딴지일보 게시판에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전·현직 정치인을 일일이 거론하며 “기억하겠다”, “도를 넘어선 선전포고” 등의 반발 양상을 보였다. 딴지일보 게시판은 정 대표가 “민심의 척도”라고 언급했던 곳이다.

 

◆당원주권주의, 당원 분열 가속화

 

이 같은 분열이 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한 지 9개월여 만에 드러났다는 것은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여당에서 대통령에 반발하는 흐름은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당원주권주의’가 여당 지지층 분화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당원주권 시대를 천명하고 당원을 선거 등 당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뿐 아니라 당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국회의장 선거까지 당원 투표를 반영한다. 당원들이 정치인을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자, 권력다툼에도 직접 참전하며 당원 간 갈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이를 두고 “권력을 가지면 행사하고 싶어진다”며 “망치를 들면 못이라도 박고 싶어지는 심리”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강성 당원들의 심판 대상에서 이 대통령 역시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앞서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이 대통령 탄핵 주장까지 등장한 바 있다. 민주당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을 제기한 출연자를 경찰에 고발하자, 강경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당원들이 김씨를 옹호하며 “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정치인들도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조장하면서 당원들의 분열이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뉴이재명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해 내부를 갈라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친명’, ‘반문’ 식의 갈라치기는 우리 당을 망치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인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구조가 되니 ‘이렇게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