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란 어떤 곳인가?
향교는 미래의 인재를 기르는 학교다. 향교 역시 여느 교육 기관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교칙에 따라 운영되었다.
조선 단종 2년인 1454년 경상도 양산현, 양산향교는 유학(幼學) 이건원의 출학(黜學: 퇴학) 문제로 들썩였다. 양산향교에서 수학하던 이건원이 아닌, 그의 어머니가 행실이 좋지 못하다(실행·失行)는 ‘소문’ 때문이었다.
어머니에 관한 소문을 빌미로 함께 공부하던 학우들이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는 사실에 이건원은 크게 낙담했다. 이건원이 향교에 가지 않자, 어머니가 그를 나무랐다. 이건원은 화를 쏟아냈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어머니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때 입은 상해로 그의 어머니는 결국 숨졌다. 이건원은 친모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에 처해졌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일까?
어른들은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 일을 잘 알지 못한다. 조선시대라고 다르지 않았다. 향교에서 교생끼리 어떻게 지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사료는 드물다.
그런데 이 사건은 기록으로 남았다. 우발적이었다 하더라도 아들이 상해를 입히고 어머니가 사망에 이른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속사정은 이랬다. 양산향교 생도들은 이건원의 어머니가 실행했다는 소문을 듣자, 그의 출학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실행한 여성의 아들과 함께 공부할 수는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이에 이건원은 출학이 결정되기 전 스스로 등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향교 소속으로 남고 싶었을 터였다. 이건원은 억울한 심사였지만, 어머니와 관련된 사안인지라 조용히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사건 당일, 이건원은 참외를 깎고 있었다. 어머니는 왜 향교에 가지 않냐면서 그를 꾸짖었다. 그는 어머니의 실행 때문에 가지 못한다며 그간 눌러왔던 화를 터뜨렸다. 아들의 대꾸를 들은 어머니는 홧김에 손찌검했다. 손찌검을 막다가 혹은 서로 뒤엉켰다가 사고가 났는지 자세하지 않지만, 이때 그의 어머니는 참외 깎던 칼에 오른쪽 갈비뼈를 다쳤다. 이 상해로 말미암아 이건원의 어머니는 숨지고 말았다. 이 일로 이건원도 사형을 당했다.
이 사건은 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등교할 수 없었던 아들의 스트레스와 속사정은 모른 채 꾸짖던 어머니의 훈육이 충돌한, 비극적 사건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건원이 계집종 우가에게 사내종 용만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정황으로 봐서 어머니의 실행은 사내종 용만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원은 용만에 대한 분노,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동시에 갖게 되었고, 여기에 꾸지람이 보태지자 억눌렀던 화가 폭발했다. 그가 향교에서 어머니의 실행을 항변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소문을 일정 부분 사실로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는 반역⋅강상 등 특수한 죄만 연좌제를 적용했다. 어머니의 실행은 소문일 뿐 판결된 사건도 아니었고, 그 역시 연좌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이건원에게는 출학 논의 자체가 몹시 고역이었다.
당시 교생들은 향교의 위상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고자 애썼다. 향교의 교생들은 소문만 듣고 품행이 바르지 않은 어머니의 아들과는 함께 공부할 수 없다며 출학을 논의했다. 이건원은 비록 그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품행이 바르지 못한 여성의 아들이 될 처지였다. 이러한 사람이 등교한다는 것은 향교의 위상 나아가 유생 개개인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었다. 양산향교 교생들이 소문만 듣고 이건원을 출학시키려 했던 이유다.
이건원 모자의 참혹한 죽음으로 양산향교는 권위를 지켜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끔찍한 파국은 조선시대 지역 사회의 교화와 교육을 담당했던 향교의 명과 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향교는 유교적 이상을 가르치고, 지역 사회의 윤리를 바로잡으며 인재를 길러내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 그림자 역시 짙었다. 엄격한 도덕주의와 향교의 권위를 앞세워, 함께 공부하던 학우를 소문만으로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다. 이는 분명 향교의 어두운 민낯이었다.
향교의 위상을 수호한다는 명분 속에 자행된 폭력적 논의는 한 사람에게 사회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출학의 공포를 안겼다. 여기서 돌이킬 수 없는 패륜의 비극이 배태되었다.
높은 도덕주의가 때로는 한 인간의 삶을 짓밟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1454년 양산향교의 사건은 서늘하게 증언하고 있다.
신동훈 동국대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