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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임위원장 다 갖겠다”… 협치 파괴하는 與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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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대표 최고위 발언 (김해=연합뉴스) 박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3 ymp@yna.co.kr/2026-03-23 11:02:10/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청래 대표 최고위 발언 (김해=연합뉴스) 박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3 ymp@yna.co.kr/2026-03-23 11:02:10/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경남 김해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반기 상임위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법안 처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그제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펴며 “국민의힘은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고, 상임위원장도 탐하지 말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는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삼아 의회 운영의 관례와 협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오만한 발상이다.

현행 국회법은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하게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관례를 지켜왔다. 승자 독식의 폐해를 막고 소수당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점했을 때 우리 정치가 겪었던 극심한 갈등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일당 독재 공개 선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22대 국회 개회 이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정무위원회 법안 통과율은 고작 17.6%에 불과하며 올해 법안 심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민주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법 3법 등 수많은 쟁점 법안을 국민의힘 반대에도 민주당 뜻대로 다 통과시키지 않았나.

정 대표가 “한 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상임위원장 독식하는 미국처럼 후반기 원 구성에서 위원장은 100% 우리 민주당에서 하겠다는 원칙”이라며 ‘미국식 모델’을 거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헌법 체계와 의회 관행이 다른 정치 시스템을 단순 비교하며 독식의 정당성을 찾는 것은 아전인수 격 해석에 불과하다. 국민은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주었지만, 그것이 국회를 멋대로 운영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당은 의회주의와 협치를 훼손하는 ‘상임위원장 독식’ 발상을 당장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