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그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컷오프했다. 6선 중진이자 국회 부의장인 주 의원 등의 반발로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현직인데도 컷오프를 당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항의 차원에서 삭발을 했고, 경북 포항시장 경선 출마가 좌절된 김병욱 전 의원은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이정현 위원장은 주 의원 컷오프와 관련해 “대구시장보다 국회와 국가 정치 전반에서 더 크게 쓰이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천이 원칙과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어느 예비후보가 납득하겠나.
국민의힘은 원내 2당이자 제1야당이다. 그런데도 시스템 공천 제도 하나 구축하지 못하고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장동혁 지도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전국 선거를 앞두고 비당권파를 축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거부하고 있으니 이 위원장의 ‘혁신 공천’ 구호가 먹힐 리 없다. 이 위원장이 과거 당내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이었던 점을 들어 “아직도 계파 정치에 연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심지어 윤 어게인 세력이 공천을 좌우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인구가 14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는 국민의힘 지사 후보가 사실상 실종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김동연 현 지사와 추미애, 한준호 의원 3인을 경선 후보로 내세운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오죽하면 민주당에서 “저쪽(국민의힘)이 중량급 인물을 내보내면 우리 당원들도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전략적 선택을 할 텐데, 상대방이 없으니 경선이 그냥 당내 인기 투표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는 조롱이 나오겠나. 국민의힘으로선 몹시 부끄럽게 여겨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제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8.1%에 그쳐 더불어민주당(53%)의 절반 수준이었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대구시장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의 공천 자중지란을 지켜보며 민주당은 보수 심장인 대구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천을 하길 바란다. 지방선거 승리를 넘어 보수 재건의 기반을 마련하는 공천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