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총 67개의 검찰청이 있다. 최상위 기구인 대검찰청을 정점으로 고등검찰청(6개), 지방검찰청(18개), 그리고 지청(42개) 순이다. 가장 말단인 지청(支廳)은 지방법원 지원(支院)이 설치된 지역에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 노릇을 하는 관청으로 ‘미니 검찰청’에 해당한다. 물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나 안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인천지검 부천지청 등처럼 지방검찰청 못지않은 규모와 인력을 갖춘 곳도 여럿 있으니 ‘지청=미니 검찰청’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겠다.
검찰에서 고검장까지 지낸 김경회(2001년 별세)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평검사 시절 지청장에게 항명을 했다가 서울에서 저 멀리 남쪽 장흥지청으로 좌천을 당했다. 훗날 회고록에서 “유배를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로도 한동안 마산지청, 인천지청(현 인천지검) 등을 전전했다. 마산지청에서 인천지청으로 발령이 났을 때 직속 상관이던 지청장은 “항구에서 항구로 가는구먼”이라고 위로했다. 절치부심한 김 검사는 각고의 노력 끝에 법무부 검찰국 검사가 되었고 이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사들 사이에서 지청장은 제법 인기있는 자리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기관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선 지검의 검사장이 호랑이라면 지청장은 ‘새끼 호랑이’에 비유되곤 했다. 검사 생활을 오래하며 정작 지청장 이력은 쌓지 못한 이들도 많다. 반면 2014년 홍성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염웅철 변호사는 검사로 28년을 재직하며 홍성은 물론 공주·원주·군산지청장까지 지청장만 총 네 차례 지냈다. 이런 독특한 이력에 대해 그는 퇴임 인터뷰에서 “행운을 얻었다”며 “무궁한 보람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요즘 검찰에선 ‘파산지청’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진짜 지청이 아니고 검사들이 떠나 마치 파산(破産)한 기업처럼 퇴락한 지청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기존 검찰청을 대체할 공소청 설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정되며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처지다. 실망한 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면서 지방 지청들은 검사 정원 충원율이 5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상당수 검사들이 각종 명목의 특별검사팀에 차출돼 일하다 보니 일선 지청의 인력 부족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검찰’이란 간판을 떼어 내려다 아예 건물이 무너져 내릴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