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3월 말, 서울 도심 하천변에는 러닝화를 신은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출근 전 짧은 러닝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단백질 음료를 집어 드는 직장인들의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은 러닝이 식품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29일 마라톤 동호회 사이트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라톤 대회는 약 530개로, 전년 394건 대비 136개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달리기’ 참여 비율은 2024년 4.8%에서 2025년 7.7%로 상승했다. 단순 증가가 아니라 ‘생활형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러닝 인구가 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운동 전후 식단’이다. 공복 러닝, 저탄수 식단 등 개인화된 방식이 등장했지만,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빠르고 부담 없는 영양 보충’이다.
운동 전에는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 중심, 운동 후에는 근육 회복을 위한 단백질 중심 섭취가 기본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시간이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짧은 시간 안에 운동을 마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조리 과정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 흐름 속에서 식품업계는 ‘간편하지만 기능적인’ 제품군을 앞세워 러닝족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동후디스가 선보인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초코’는 기존 단백질 음료의 단점을 보완한 사례다. 한 팩에 단백질 10g을 담으면서도 초코 음료에 가까운 맛을 구현해 ‘맛 중심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
특히 산양유 단백과 동·식물성 단백질을 6:4 비율로 배합하고, BCAA 1500mg과 비타민·미네랄 16종을 포함한 점은 ‘운동 후 회복’이라는 기능적 목적을 분명히 한 설계다.
단백질 음료 시장은 과거 ‘보충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간편식’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제는 성분보다 맛이 구매를 좌우하는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미후루코리아가 제안하는 ‘감숙왕 바나나’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바나나는 탄수화물과 칼륨이 풍부해 러닝 전후 에너지 보충에 적합하다. 특히 소화 부담이 적고 휴대가 간편해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야구 선수나 올림픽 선수들이 경기 중 바나나를 섭취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감숙왕’은 필리핀 민다나오 고산지대에서 재배돼 당도와 식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결국 기능뿐 아니라 ‘섭취 경험’까지 고려한 상품이 선택받는 구조다.
하림의 ‘오!늘단백 초코바’는 ‘씹는 단백질’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출시 10개월 만에 300만 개 판매를 기록하며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이 제품은 개당 단백질 16g을 제공하면서도 당류는 4g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식이섬유 7000mg 이상을 포함해 포만감 유지까지 고려했다.
우유·대두·닭가슴살 단백질을 조합한 복합 단백질 구조는 ‘영양 균형’ 트렌드를 반영한 설계다. 특히 이동 중이나 운동 직후 바로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닝족과의 접점이 크다.
러닝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운동화나 의류를 넘어 식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운동은 장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운동은 루틴’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식단이 핵심 요소로 들어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이 일상화되면서 식품도 단순 간식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능성보다 ‘지속 가능성’, 즉 매일 먹을 수 있는 맛과 편의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