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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 만능주의’ 희생양 된 민생 수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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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부터 재판 미제 급증
특검 무더기 기소, 일반 사건 뒷전
절제된 수사로 국민 피해 줄여야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별검사팀 사건 재판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부터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 미제 사건 수가 전년 대비 월평균 234건 늘어났다는 세계일보 보도다. 2022년과 2023년 하반기 월별 미제 건수와 비교해도 지난해가 최대 403건, 최소 237건 많았다. 이런 미제 재판 증가는 특검의 중대 사건이 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대거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앞서 검찰에서도 3대 특검 검사 파견 등 여파로 인력난이 심해 미제 상태인 수사 사건 수가 급증했는데 법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3대 특검의 남은 의혹들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팀 사건이 법원에 넘어오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런 현상은 3대 특검의 보여주기식 ‘무더기 기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3대 특검 중 가장 많은 31건의 사건을 재판에 넘긴 김건희 특검은 본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난 사안까지 파헤치는 ‘별건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양평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건희씨 집사’ 김예성씨 사건 등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3건이나 받았다. 특검의 수사 범위와 기소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의미다. 다른 특검 재판 과정에서도 무리한 수사와 기소 편의주의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2차 종합특검 수사 인력과 권한을 늘리는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설특검도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기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기 일쑤다. 최근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이 특검에서 다시 서울남부지검으로 돌아간 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범죄 성립 여부가 불분명함에도 검찰에 대한 과도한 불신 때문에 여권이 무리하게 특검을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여당은 도를 넘는 특검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 2차 특검은 절제된 수사로 정치적 우려를 씻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국회가 특검 사건 1심 선고를 기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도록 특검법을 개정해 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일반 사건들을 제쳐놓고 특검 사건 처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특검 중대 사건들이 집중 심리에 들어가면서 과거 3∼4주 간격으로 열리던 일반 형사 사건 공판기일이 최근에는 두 달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지연된다고 한다. 형사합의부 업무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생과 밀접한 형사재판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