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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시대… 시총 680조 사라지고 주담대 최고금리는 7%로 ‘껑충’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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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의 경제 여파가 매섭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이달 평균 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있던 1997∼1998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약 687조원이 증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상단은 3년5개월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시세표에 원/달러 환율이 1502원으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시세표에 원/달러 환율이 1502원으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3월 평균환율 1489.30원… 진정 시점은 안갯속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월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9.30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이는 IMF 구제금융 사태가 한창이던 1998년 3월(1488.87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998년 1월 1701.53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어 같은 해 2월(1626.75원), 1997년 12월(1499.38원) 순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은 1464.93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유독 원화의 하락폭이 컸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폭은 4.72%(뉴욕 종가 기준)로 집계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2.6% 올라 원화 하락폭보다 적었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2.62%)와 일본 엔(-2.58%), 영국 파운드(-1.64%), 스위스 프랑(-3.72%), 캐나다 달러(-1.81%), 스웨덴 크로나(-4.68%) 모두 원화보다 가치가 적게 떨어졌다.

 

한국이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지난해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비중 조정, 인공지능(AI) 산업 고평가 우려 등이 맞물려 원화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미국·이란의 휴전협상이 진전되더라도 고환율이 당장 해소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쟁이 끝나도 높은 유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나마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다. 한국이 내달 1일부터 WGBI에 편입되면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단계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분류한다. 한국은 이번 편입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지수에 단계적으로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500억∼600억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비중에 맞춰 자동으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이다 보니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WGBI 편입이 채권·환율 시장에 어느 정도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중동 포화 속 국내 증시 시총 687조 사라져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687조원에 달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5114조9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5801조6719억원) 대비 686조695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12.55% 하락하며 G20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수 하락의 주된 원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0조2630억원을 순매도해 남은 거래일과 무관하게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30조6880억원을 순매수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중동전쟁 불확실성에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악재까지 겹치며 이달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15조4962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27일 기준 48.90%로 떨어져 2013년 10월1일(48.87%) 이후 약 12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추세적인 자본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를 웃돌 만큼 압도적이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이 4000조원대로 커진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매도 강도는 크게 낮아진다”며 “사태가 금융위기급으로 악화하지 않는 한 이미 외국인은 상당 부분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담대 금리 3년5개월만에 7%대…‘영끌’족 허리 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상단은 3년5개월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미국·이란 전쟁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지난 27일 기준 연 4.410∼7.010% 수준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고정금리의 상단이 7%를 넘긴 건 2022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말(연 3.930∼6.230%)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상단과 하단이 각 0.780%포인트, 0.480%포인트 올랐다.

 

이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시장금리는 빠르게 뛰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외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최근 한 달 사이 고정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547%포인트나 뛰었고, 이를 반영한 주담대 혼합형 금리 역시 상·하단 모두 0.310%포인트 인상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상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시장금리 상승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3.610∼6.010%) 상단도 지난해 12월 말보다 0.140%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중동전쟁 영향으로 코픽스가 오르면 이를 반영한 변동금리 상승 폭도 더 커질 전망이다. 신용대출 금리(연 3.850∼5.530%·1등급·1년 만기 기준) 역시 같은 기간 상단이 0.170%포인트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