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긴급할 경우에는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정부에 과감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 각 부처는 담당 품목의 동향을 1일 단위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선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긴급재정명령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존 관행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최대치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재정명령이 발동됐던 건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가 마지막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언급이 “경제 위기나 비상상황에서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유류 탄력세율 인하 및 나프타 관련 품목 할당 관세 적용 범위 확대 안건 등이 통과됐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및 유사 대체유류에 대한 한시적 탄력세율 인하 조치 기한을 4월30일에서 5월31일까지로 연장하고 휘발유 및 유사 대체유류에 대한 탄력세율을 ℓ당 492원에서 450원으로, 경유 및 유사 대체유류의 탄력세율은 ℓ당 337.5원에서 281원으로 인하 폭을 확대한다. 할당 관세 적용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합병된 정유·석유화학 기업이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생산한 주·부산물에도 할당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30일 카메룬에서 열린 제1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 나프타 공급 확대를 긴급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석유제품 생산 차질 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전격 도입·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축유 스와프란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가 대체 도입하기로 한 원유와 맞교환하는 개념이다. 정유사들이 확보한 원유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달하기까지 14∼50일이 걸리자, 일시적인 도입 차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4∼5월 실시하고, 추후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할 예정이다.
강력한 수급 관리도 병행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석유화학 제품의 매점매석 금지, 필수 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생산 명령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3단계 ‘경계’로 격상될 경우 공공 부문 승용차 5부제를 2부제(홀짝제)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