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54개국 237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 전북 전주 일대에서 열린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31일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제27회 영화제의 전체 프로그램과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올해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로, 형식과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성과 대안영화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54개국 237편이 상영되며, 국내 97편(장편 43편·단편 54편), 해외 140편(장편 111편·단편 29편)으로 구성된다. 월드 프리미어 78편, 아시아 프리미어 54편, 코리안 프리미어 57편 등 신작 비중이 높아 신진 감독 발굴과 새로운 영화적 시도에 방점이 찍혔다.
개막작은 켄트 존스 감독의 ‘나의 사적인 예술가’로, 오랜 시간 무명으로 살아온 예술가가 뒤늦게 주목받으며 겪는 내면의 변화와 예술적 자의식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예술과 삶, 명성과 고독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하는 ‘작가주의 영화’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요 섹션별로는 작품의 성격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국제경쟁 부문은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거나 서사 구조를 해체하는 등 형식적 실험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경계를 탐구하는 서사, 정치·환경 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주요 흐름을 이룬다.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가족 관계, 지역성과 개인의 삶을 밀착해 그린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비수도권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일상 속 균열을 포착한 리얼리즘 계열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단편경쟁 역시 장르적 실험과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포진해 신진 감독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올해도 독창적인 서사와 미학을 갖춘 작품들이 포함됐다. 일부 작품은 사회적 이슈를 개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거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을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프론트라인’ 섹션은 난민, 노동, 기후 위기 등 동시대 글로벌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중심이다. 현장의 긴박함을 담은 다큐멘터리부터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극영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월드시네마’에서는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화제작들이 상영되며, ‘마스터스’ 섹션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신작과 최신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화보다 낯선’은 영상 예술과 실험영화 중심의 작품을 통해 기존 영화 문법을 확장하고, ‘불면의 밤’은 스릴러·호러 등 장르영화를 심야 상영으로 구성해 색다른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시네필 전주’는 고전과 현대 영화를 아우르는 큐레이션으로 영화 애호가층을 겨냥했다.
폐막작은 김현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남태령’이다. 특정 사회적 사건 이후 남겨진 개인들의 기억과 감정을 따라가며 공동체의 상처와 회복을 조명한다. 현실을 응시하는 시선과 기록영화의 미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영화제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올해 영화제는 상영을 넘어 도시 전역으로 확장된 체험형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영화의거리와 한옥마을 일대에서 전시와 공연, 골목 상영이 펼쳐지며, ‘100 필름스(Films) 100 포스터스(Posters)’ 전시 등 영화와 디자인을 결합한 콘텐츠도 운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영화를 통해 관객이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전주를 찾는 관객들이 영화와 도시를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