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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계약서상 협의 조항의 해석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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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맹본부가 원·부재료의 가격을 인상한 행위가 가맹계약서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는지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가맹계약서에는 “물가 인상 기타 경제여건의 변동으로 인하여 원·부재료 등의 공급 내역, 가격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가맹본부는 변경 내역, 변경 사유 및 변경 가격 산출 근거를 가맹점 사업자에게 서면으로 제시하고 양 당사자가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먼저 가맹점 사업자인 원고는 “가맹본부는 ‘물가 인상 기타 경제여건의 변동으로 인하여 원·부재료 등의 공급 내역, 가격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가맹점 사업자와 원·부재료 가격 변경에 관하여 ‘협의’할 수 있고, 여기서 협의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과정에서의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원·부재료의 가격 변경은 양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해야 하는 합의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인 피고는 “가맹본부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원·부재료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각 가맹계약서에서 정하고 있는 협의는 ‘서로 협력하여 논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므로 원·부재료의 가격 변경 시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의 의견이 일치하는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관련해 서울고등법원(2025. 8. 21 선고 2024나2048856 판결)은 “이 사건 각 가맹계약 제28조 제1항은 가맹본부가 ‘가격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가맹점 사업자와 원·부재료 가격 변경에 관하여 협의를 거쳐 원·부재료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고, 여기서의 협의는 당사자의 의견이 일치하는 합의가 아닌 ‘서로 협력하여 논의함’을 의미하는 협의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판결은 “만약 원·부재료 가격 변경 시 단순히 의견 수렴 및 교환 절차를 넘어 가맹점 사업자들 전부와의 의사 합치를 요한다면, 가맹점 사업자들 사이에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가맹본부로서는 외부의 시장 환경 및 경제여건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피고가 1000명이 넘는 가맹점 사업자들과 거래를 하면서 가맹사업의 통일성 및 상품·용역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없어 가맹사업 자체의 유지·운영이 곤란해질 우려도 있다”고 봤다.

 

또 “피고가 엄격한 의미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차 물대 인상을 진행하기에 앞서 가맹점 사업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청취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 점, 1차 물대 인상 후 피고의 가맹점 사업자들이 인상된 가격에 따라 공급받으면서 공급가 인상에 대해 이의 제기하지 않는 등 가맹점 사업자들이 1차 물대 인상을 사후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2026. 1. 29 선고 2024두55259 판결)은 “절차 위반은 경미한 절차적 위반에 해당하는 점, 가맹점 사업자들이 1차 물대 인상에 대하여 사후적·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1차 물대 인상이 무효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리고 “1차 물대 인상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서면 제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음에도 무효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조항에 기한 가격 변경의 요건과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그러나 가맹점 사업자들이 1차 물대 인상에 대하여 사후적·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최종 판단을 했다.

 

이 판결의 결론은 지난달 소개했던 차액가맹금 판결(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다294033 판결)에서 차액가맹금 수취의 근거가 있느냐에 대해 ‘가맹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던 내용과는 다소 상반된 점도 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근거가 필요하다고 한 점은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사례별로 이를 판단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차액가맹금 판결에서는 계약서에 차액가맹금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부재했던 반면 본 건은 계약서에 변경에 대한 규정이 있고 그 해석이 문제 된 사례여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 용이했다고 생각된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