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국빈 방한 중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1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역·투자 및 국방·방산 협력을 고도화하고 자원·에너지 안보 등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번 프라보워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역사적인 결실을 맺게 됐다. 참으로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정치·안보, 교역·투자·산업, 첨단기술·에너지전환·녹색경제, 사회문화·인적교류, 지역·국제문제 등에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회담의 결과로 ‘한·인도네시아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때 이후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방산 협력을 특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각별한 국가”라며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의 첫 해외투자처였고 오늘날의 K방산을 있게 한 소중한 파트너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전기차 생산을 한국 기업이 함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양산형 1호기가 출고된 KF-21의 공동개발국이 인도네시아라는 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자원 안보도 중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양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위기가 양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및 자원 안보 관련 양국 간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 세계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렇기에 양국 관계가 더 중요하다”면서 “양국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핵심광물과 재생에너지, 해양플랜트 등 분야에서 1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거나 개정했다. 청와대는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며 최고 수준의 예우를 표했다.
아울러 양국은 인공지능(AI) 협력을 위해 ‘글로벌 AI 기본사회 연대체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 구축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력체계도 만들어 나간다. 핵심광물 협력 MOU 개정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인 니켈, 코발트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양국 관계가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됨에 따라 외교장관 간 협력 분야를 총괄하기 위한 ‘특별 포괄적 전략대화 협의체’도 마련한다. 2023년 7월 2차 회의 이후 열리지 못했던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위원회를 공식 재개하기로 하면서, 정상외교 성과를 후속 사업으로 연결할 채널도 복원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 간 금융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됐다. 다난타라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국영기업 관리와 국가 전략 투자를 총괄하는 핵심 기구로, 향후 대형 기반시설, 에너지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MOU 체결 후 할랄 식재료로 만든 한식 메뉴로 구성된 오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바가이 아우르 덴간 뜨빙(Bagai aur dengan tebing)’이라는 인도네시아 속담을 언급하며 “서로가 떼려야 뗄 수가 없고, 함께할 때 더 큰 의미가 있는 긴밀하고 각별한 사이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들었다. 양국 관계에 딱 적합한 말”이라고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한국 속담 ‘함께 가면 멀리 간다’를 직접 한국어로 말하며 “한국이 이룬 여러 업적을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술을 기피하는 이슬람교 신자임을 고려해 건배주는 사과주스로 대체됐다.
이 대통령은 큰 짐승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화살인 ‘갈래살’이 포함된 국궁 세트와 조선시대 종합 무예서 ‘무예도보통지’의 영문본 및 한국어 해설서를 선물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무예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측에서는 발리 장인들이 목재와 은을 결합해 제작한 발리 크리스(단검)와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을 새긴 티크 원목 독수리 조각 명패 등을 선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