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진행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추경 취지와 거리가 있는 지역구 사업이나 민원성 요구가 잇따라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여파를 줄이기 위한 정부원안의 조속한 처리, 국민의힘은 ‘전쟁 추경’이라는 취지에 맞춰 피해 지원에 집중한 추경을 주장했지만 정작 여야 모두 추경 심사 과정에서는 지역 현안성 질의를 내놓는 모습이 반복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9일 추경안 등 조정소위원회(예결소위)를 열고 약 26조원 규모 추경 세부 심사에 착수했다. 26조2000억원 규모로 국회로 넘어온 정부 추경안은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3조원가량 증액돼 현재 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안이 부실하게 편성됐다며 세부 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날까지 진행된 예결위 정책질의에서는 추경과 직접 관련이 적은 지역구 사업 예산 요청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전날 서울 서부선 사업 중단을 지적하며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서부선은 서울 관악구에서 은평구를 잇는 지역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서울 서부선 철도 사업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2021년 오 시장 취임 후 두산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현재 사업이 멈춰 있다”며 유가 상승 등을 언급했다. 박 장관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돼 서울시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면 근거 규정에 따라 해당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울 관악구갑이 지역구이다.
같은 당 차지호 의원(경기 오산시)은 현재 경기 수원·안산 등까지 연장된 수인분당선 추가 연장을 위해 예타 재추진을 요구했다. 차 의원은 박 장관에게 “올해 1월 4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계획이 변경된 후 예타에서 제외돼 있다”며 “분당선 연장 문제는 경기 남부에 핵심적인 삶의 질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정부 추경안이 ‘전쟁 추경’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국민의힘에서도 지역구 챙기기 질의가 이어졌다.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은 7일 지역구 내 내포신도시를 언급하면서 “(인구) 10만 목표 도시로 정주여건 중에서도 학교·병원을 가장 안타깝게 기다린다”고 했다. 강 의원은 “숙원사업으로 과학영재학교 설립이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며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경보다는 지역 현안을 꺼내들거나 개인 의정 활동을 부각하려는 질의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이재명 대통령의 ‘법이 포퓰리즘적으로 되는 경우가 있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부산특별법)이 포퓰리즘이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법안 성안 시작이 3년여 전인데 급조됐다고 할 수 있느냐”며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협의를 계속해왔는데 민주당은 안 움직였다”면서 부산특별법 처리가 늦어진 상황을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추경에 중화권 관광객 유치 지원사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구갑)은 김 총리에게 “해외 특정 국가의 관광객 숫자를 일시적으로 늘리기 위해 국민 혈세를 펑펑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전쟁 상황일 때 가장 어려워지는 부분이 문화관광 부문”이라고 답했는데 조 의원은 재차 예산 삭감을 요구하며 자신이 “문체위에서 첫날부터 안 된다”고 지적해온 점을 강조했다.
여야는 추경안 처리 목표 시한을 하루 앞에 둔 이날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정부는 중동 상황 장기화로 인한 민생경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한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번 추경이 ‘중국 추경’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예결소위는 이날 하루 동안 감액 심사를 진행한 끝에 예술 창작 지원사업, 관광두레 조성사업 등을 삭감 확정했으며 국립대학 시설 확충 사업,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사업, 관광사업 융자 지원사업, 기술혁신 기반 조성사업, AI 기반 분산전력망(ESS 구축) 사업, 창업 저변확대 사업 등은 논의 끝에 결정을 보류했다. 예결소위는 10일까지 보류 사업 및 증액 사업에 대한 심사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