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가 “그리스도의 제자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 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황의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 일원으로 참전한 군인이었다.
교황은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평화의 왕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고 오늘날에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 편에 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사 행동은 자유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며 “평화는 오직 공존과 대화를 끈기 있게 증진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이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 시작될 미국과 이란 간의 평화 협상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교황이 교전 당사국인 미국·이란 양국 지도부를 향해 ‘대화’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이란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부 장관 등이 각각 협상 대표단으로 나선다.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다. 그가 레오 14세로 즉위한 직후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는 새 교황의 부친 루이스 프레보스트(1920∼1997)가 2차대전 참전용사라고 밝혔다. 프레보스트 소위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 해군 소위로 임관해 이듬해인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여하는 등 나치 독일을 격퇴하기 위한 전투에 앞장섰다고 한다.
일각에선 ‘하느님은 전쟁을 축복하지 않는다’라는 교황의 발언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자꾸만 종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한다. 트럼프는 최근 “하나님은 선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우리(미국)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이란을 겨냥한 미군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성전(聖戰)”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오 14세가 종교를 전쟁의 정당화 수단으로 끌어들이려는 흐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