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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건넨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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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어떻게 살 것인가’ 15일 개봉
“초창기 멤버들은 지금 회사에 아무도 없어. 제일 먼저 죽는 건 다들 나라고 했는데 왜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나 싶네.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야.” 너털웃음을 지으며 백발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한다. 무심한 듯 충격적인 발언은 곳곳에서 반복된다.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그는 담담히 말한다. “때때로 생각해. 이러다가 죽겠지. 고마웠다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해.”


15일 메가박스에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장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2013년 은퇴 선언 이후 번복과 복귀, 신작 개봉에 이르기까지 거장의 3598일을 응축했다. 감독 아라카와 가쿠는 일본 NHK 소속 연출가로, 2000년대 중반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인연을 맺고 그의 작업 과정을 기록해왔다. 이 작품은 NHK 방영 다큐멘터리를 재편집한 것으로, 2024년 칸영화제에서 공개돼 주목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장면. 엔케이컨텐츠 제공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장면. 엔케이컨텐츠 제공

다큐멘터리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80대에 접어든 감독은 가까운 이들을 연이어 떠나보낸다. 상당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핵심 창작자들이었다. 지브리의 색채를 설계한 벗 야스다 미치요, 평생의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다카하타 이사오, 스승인 야스오 오쓰카까지. 죽음은 화면 곳곳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살아있는 전설’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쇠락해가는 자신의 생명력을 자각한 채 작업을 이어간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삶의 국면이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의 추상적 서사로 변환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있다. 창작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통과하는지, 개인의 삶과 경험이 어떻게 예술에 반영되는지가 밀도 있게 담겼다. 만년의 거장이 겪는 창작의 고통과 집요한 작업 방식, 머리를 쥐어싸며 줄담배를 피우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고스란히 포함됐다.

의심과 불안 속에서 작업을 마친 그는 ‘그대들은 어떻게…’ 개봉 첫날 대흥행 소식을 듣고서야 안도하며 중얼거린다. “만들길 잘했어.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어.” 몇 달 뒤에도 그는 여전히 작업실에 앉아, 작업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묵묵히 그림을 그린다. 영화는 그와 스태프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TV로 지켜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 순간에도 호들갑은 없다. 눈물을 흘리는 스태프를 달래며 직원들에 대한 격려금 지급을 지시하는 거장의 담담한 모습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은퇴를 번복하고 예술을 위해 다시 돌아오는 천재의 초상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85세 거장의 매력에 빠졌다면, 늦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의 세계에 입문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마침 1989년작 ‘마녀배달부 키키’가 15일 IMAX로 재개봉한다. 13살 견습 마녀 키키가 낯선 도시에서 하늘을 나는 능력을 활용해 배달 일을 시작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사랑스럽고 단단한 이 소품 역시 다시 만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