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란 차관급 공직이 신설됐다.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라고 만든 직책이었다. 2015년 3월 검사 출신 이석수 변호사(훗날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역임)가 감찰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는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6년 9월 스스로 물러났다. 그 뒤 문재인정부, 윤석열정부를 거쳐 현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감찰관은 여전히 빈자리로 남아 있다. 오는 9월이면 무려 10년 공석(空席)을 기록할 지경이다. 현재로선 이 변호사가 초대이자 마지막 감찰관에 해당한다.
이석수 감찰관은 왜 중도에 하차했을까.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사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동향 파악을 비롯한 사정(査正) 업무는 인사 검증과 더불어 오랫동안 민정수석실 소관으로 간주돼 왔다. 임명 과정에서 우 수석의 검증을 거친 이 감찰관이 취임 후에는 되레 우 수석을 ‘감시’하는 입장이 된 셈이다. 그러니 감찰관과 민정수석의 권한 다툼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 수석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비위 의혹이 언론 보도로 불거진 뒤 둘의 대결이 현실화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손을 들어주며 싸움은 이 감찰관의 패배로 끝났다.
하나 박 대통령의 이 감찰관 경질은 청와대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감찰관이 낙마한 2016년 9월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이른바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져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의 탄핵소추를 당하고, 급기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감찰관 도입이 뜻밖에도 정권의 파멸로 이어진 셈인데, 후임 대통령들로선 이 점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둘 다 여러 이유를 들긴 했으나, 내심 감찰관 임명을 마뜩잖게 여겼음이 분명하다. 정권을 불문하고 권력자는 자신의 바로 곁에 ‘감시자’를 두길 꺼리는 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률상 감찰관은 국회가 후보자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적격자를 골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돼 있다. 이 대통령의 주문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추천 절차를 신속하게 밟겠다”고 화답했다. 2015년 첫 감찰관 인선 당시 후보자 3인은 여야가 각 1명, 그리고 여야 의뢰를 받은 대한변호사협회가 1명을 추천했다. 협치(協治)의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선례를 남긴 것 아닌가 싶다. 벌써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놓고 기싸움을 벌일 모양새인데, 10여년 전 협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국민은 감찰관의 조속한 임명과 임무 수행을 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