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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몰며 기념촬영 하다가 공중서 ‘쾅’···변상액은 10%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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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 기체 상부 찍히게 하려
137도 기울여 비행하다가 충돌
국방부, 수리비 8억7000만원
조종사에 변상명령 내렸지만
감사원은 8700만원 변상 판정

공군 소령 A씨는 인사이동을 앞둔 2021년 12월 자신의 마지막 비행 모습을 기념촬영하고 싶었다. 그는 촬영 계획을 편대비행 조원들에게 밝힌 뒤 조종석에 올랐다. 예정된 비행 임무를 마친 A씨는 복귀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던 중 같은 편대의 다른 전투기 조종사로부터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자신의 후방석 조종사에게 동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감사원. 뉴시스
감사원. 뉴시스

A씨는 전투기의 상부가 동영상에 나오도록 비행고도를 상승시켜 기체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른 조종사들과 협의하지 않은 기동이었다. 이윽고 전투기는 공중에서 약 137도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전투기와 충돌할 위험을 느낀 A씨는 다급히 기체를 수직에 가까운 94도로 세우며 회피기동을 했고, 근처의 다른 전투기도 비행고도를 급격히 낮췄지만 사고를 피하진 못했다.

 

결국 A씨가 탄 전투기의 왼쪽 꼬리날개가 다른 전투기의 왼쪽 날개와 부딪히고 말았다. 이 사고로 발생한 전투기 2대분 수리비가 8억7800만원에 달했다. 국방부는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수리비 전액을 물어내라고 명령했다. A씨는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고 조종사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지 않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며 감사원에 변상판정을 청구했다.

 

감사원 판단은 달랐다. A씨는 회계직원책임법상 물품사용 공무원으로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고, 전투기 2대를 망가뜨린 행위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촬영 계획을 다른 조종사들이 예측할 수 있었다는 A씨의 주장도 수용되지 않았다. “찍고 싶은 사진이 있다”는 A씨의 발언만으로는 어떤 식의 비행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그의 기동에 대해 다른 조종사들이 ‘매우 갑작스러웠다’고 진술해서다.

 

감사원은 다만 편대비행에 참여한 조종사들이 다른 때도 비행 중 촬영한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 비행 전 A씨가 촬영 계획을 알렸고 이에 대한 조종사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점, A씨가 군에 헌신한 점 등을 고려해 변상책임액을 당초 변상명령 금액의 10% 수준인 8700만원으로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