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부하 여직원과 연인 관계인 척 합성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AI 합성물에 대한 처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23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소재 지방직 남성 공무원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같은 부서 부하 여직원 B씨의 사진을 구청 조직도에서 내려받은 뒤,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신과 연인 관계인 것처럼 보이도록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카카오톡 프로필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이미지에는 민소매 차림의 B씨가 A씨를 끌어안거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구로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불송치하고, 명예훼손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노출 정도가 높지 않고 성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판례를 근거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을 재검토한 뒤 판단을 뒤집었다. 피해자 진술과 관련 법리 등을 검토해 가짜 사진 속 피해자 모습과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사진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한 끝에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딥페이크 피해자를 비롯한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판단이 엇갈린 배경에는 관련 법 적용 기준의 모호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18년 ‘한양대 딥페이크 사건’ 당시 지인의 얼굴을 나체 이미지에 합성한 사례가 있었지만, 처벌 근거가 부족해 논란이 있었다. 이후 관련 법이 정비됐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대법원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건에서 노출이 없더라도 촬영의 맥락과 의도에 따라 성적 수치심이 인정될 수 있다며 유죄 취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한편 A씨 소속 구청은 이와 별개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구청은 추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중징계 요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