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위스 유명 스키 리조트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가 스위스와 이탈리아 간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41명 가운데 6명이 이탈리아 국적자로, 그간 이탈리아 정부는 스위스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스위스 당국을 질타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월1일 알프스 산악 지대에 해당하는 스위스 남서부 발레주(州) 크랑몬타나의 술집 르콩스텔라시옹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의 뒷처리 때문이다. 당시 많은 부상자가 발레주 주도(州都)인 시옹의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멜로니는 “스위스 당국이 크랑몬타나 화재로 다쳐 시옹 병원에 입원한 청소년들 치료비를 이탈리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멜로니는 이 같은 스위스 당국의 방침을 ‘비열한(ignobile) 요청’이란 표현으로 비난한 뒤 “이탈리아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나는 스위스 당국의 책임감을 믿는다”며 “그 소식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경고로 SNS 글을 끝맺었다.
무려 41명의 목숨을 앗아간 크랑몬타나 화재는 술집에서 새해 맞이 파티를 즐기던 청소년들이 휴대용 폭죽으로 분위기를 내려다가 천장에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검찰 수사 결과 문제의 술집은 2019년을 마지막으로 6년간 화재 안전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스위스 당국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스위스(22명), 프랑스(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멜로니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화재 사고는 비극이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술집 주인과 종업원들을 겨냥해 “왜 청소년들에게 가게 밖으로 나가 대피하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그런데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체포된 술집 주인은 2주일 만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시옹의 어느 병원은 불과 몇 시간 동안 치료를 받은 부상자들에게 무려 7만유로(약 1억2000만원)의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라며 스위스 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멜로니는 주(駐)스위스 이탈리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