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형마트는 식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생활형 초저가 매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다이소가 만든 가격 기준을 유통 대기업들이 정면으로 따라잡는 흐름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1000원대 식품과 5000원 이하 생활용품을 대폭 늘리며 초저가 경쟁을 전면화하고 있다.
2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생활물가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점이 초저가 경쟁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초저가 생활용품과 식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은 다이소를 의식하듯, 대형마트들은 PB 가격을 사실상 ‘바닥’까지 낮추고 있다. 1000원 커피와 980원 두부, 4980원 스팀다리미까지 등장하면서 유통 채널의 경계도 흐려지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5000원 이하 상품을 묶은 ‘5K프라이스’를 키우고 있고, 홈플러스는 ‘심플러스’ 1000원 상품으로 맞불을 놨다. 롯데마트 역시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앞세운 ‘PB 페스타’로 경쟁에 가세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5K프라이스’를 선보인 이후 지난달 127종을 추가하며 총 353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대표 상품인 두부(400g·980원)와 콩나물(400g·980원)은 초저가 식재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식품을 넘어 주방용품, 청소용품, 소형가전까지 범위를 넓히며 ‘5000원 이하 생활필수품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가격만 낮춘 전략이 아닌. 이마트는 중국 공장을 직접 발굴해 4980원 스팀다리미를 출시하고, 인도산 원료를 활용한 감자튀김 등 해외 직소싱 상품도 늘리고 있다. ‘품질 검증된 저가’를 통해 PB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PB 브랜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달 29일까지 진행하는 ‘PB 페스타’에서 ‘오늘좋은 데일리우유(1L)’를 1880원에, 일부 과자를 500원대에 판매하는 등 할인 폭을 키웠다.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합친 PB 매출은 지난해 11.4% 증가했고, 올해도 지난 12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다. PB가 집객과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체감형 초저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22일까지 진행된 행사에서는 PB ‘심플러스’ 아메리카노(500㎖), 콩나물, 감자칩, 보리차 등을 1000원에 선보였다. 국산콩 두부(3490원), 태국산 계란 30구(5890원), 서해안 꽃게(100g당 990원) 등 신선식품까지 초저가 범위를 넓혔다.
완구와 침구류 등 비식품군 할인도 병행하며 생활 전반의 가성비 수요를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전략이 미묘하게 갈린다고 본다. 이마트는 구조적으로 초저가 PB를 확장하고, 홈플러스는 1000원 상품 중심의 체감 할인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PB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싸기만 하면 안 팔린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가격이 낮더라도 품질이 검증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가격만이 아닌 품질까지 함께 따지는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