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조정 논의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스콧 윈터 유엔사 부사령관(호주 육군 중장)은 DMZ 공동관리와 관련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미 잘 작동하는 검증된 체계가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어떤 조치에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훌륭하게 작동해 온 관리 체계를 훼손할 수 있는 모든 시도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DMZ 일부 구역을 한국군이 관할하는 방식의 ‘DMZ 공동관리’를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유엔사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기존 정전협정 관리 체계 변경에 신중론을 낸 것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까지인 DMZ 남측 구역에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한국군도 DMZ 안으로 들어가려면 유엔사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여권에서는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DMZ 출입 권한을 유엔사가 아닌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도 추진 중이다. 유엔사는 해당 법안이 정전협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는 DMZ 출입·관리 권한을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정전협정 관리 체계와 연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윈터 부사령관은 “정전협정은 세계 위험지역 중 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 병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틀”이라며 “유엔사는 한국에 매우 훌륭한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또 DMZ 내 유엔사 존재가 북한에 다자적 대응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밝혔다. DMZ가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된 완충지대인 만큼, 기존 체계가 흔들릴 경우 현장 병력 안전뿐만 아니라 대북 억제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구체적인 형태는 논의하겠지만 다자주의가 억제의 핵심 요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MZ 관할권 조정 논의는 전작권 전환 문제와 함께 유엔사의 역할과 지위를 둘러싼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