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가 청소년수련관 건립 부지 지하에 묻힌 대규모 폐기물 처리를 두고 ‘셀프 면죄부’ 논란에 휩싸였다. 시 소유 부지라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황당한 논리를 앞세워 환경 오염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산시는 옛 대구미래대 부지에 조성 중인 청소년수련관 현장에서 발견된 매립 폐기물 약 10만t 중 공사에 지장을 주는 물량만 처리하고, 나머지 구간은 그대로 묻어두기로 가닥을 잡았다. 굴착 범위 밖의 쓰레기는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시 자원순환과는 폐기물이 수십 년 전 매립된 것이라 당시 투기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워 행정조치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사유지였다면 당연히 땅 주인에게 정화 명령을 내렸겠지만, 시 소유 부지에서 시청이 시장을 상대로 행정 처분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행정 주체와 객체가 같아 법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과거 투기 당사자를 찾지 못할 경우, 현 토지 소유주에게 청결 유지와 정화 의무를 강제하고 있어서다. 경산시가 부지 소유주인 만큼 예산을 들여 전량 수거하는 것이 법적?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만약 폐기물 존재를 인지하고도 이를 덮어버리면, 이는 단순 방치를 넘어 지자체장이 불법 매립의 새로운 주체가 되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사유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오물은 덮어두려 한다”며 “공공기관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산시는 60억원에 달하는 처리 비용과 공기 연장 등을 이유로 폐기물 처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향후 지반 침하나 독성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하며 “청소년들이 이용할 시설 아래 쓰레기 산을 그대로 두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전량 수거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