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방학을 낀 1∼2월은 혈액 수급이 어려운 ‘한파’ 기간으로 꼽힌다. 학생 등의 단체 헌혈이 줄고 설 연휴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 헌혈이 일시 제한되는 독감환자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고령화와 헌혈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봄철까지 혈액 부족 상황이 해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7초마다 한 단위의 혈액제제가 수혈되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헌혈률은 5.56%로 4년 만에 하락했다. 헌혈가능인구(만 16∼69세) 대비 3.26%로, 역시 전년(3.27%)보다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일평균 기준 5일분 이상이어야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작년에는 248일에 그쳤다. 연중 3분의 1을 수급 위기에 시달려야 했고, 전년(304일) 대비로도 두 달 가까이 줄었다.
지난 2월1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5.5일분으로 모처럼 적십자사도 얼굴을 펼 수 있었다. 1월 헌혈자에게 제공한 인기 디저트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덕분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과 함께한 프로모션도 보탬이 됐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벤트가 사라지자 헌혈은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24일 현재 3.0일분에 머무는 실정이다. 적십자사가 분류한 혈액 수급 위기단계 중 ‘주의’에 해당한다. 헌혈 기념품 중에는 그간 영화관람권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올해 구매 입찰에선 적십자사 예산 범위에서 공급해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빵과 우유에 만족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헌혈가능연령 상한은 만 69세로, 2008년 혈액관리법 개정으로 64세에서 상향된 뒤 18년째 유지 중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08년 80.8세에서 2024년 83.7세로 2.9년 늘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연령 제한을 아예 없애거나 정기 헌혈자에 한해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연령 규정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함께 대선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자 투표율이 평균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 ‘헌혈 공가제도’를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까지 확산하면 헌혈 참여를 더욱 늘릴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