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5위 고양 소노의 기세가 단순한 이변을 넘어 거대한 폭풍으로 변하고 있다.
소노는 25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창원 LG를 85-76으로 제압하며 시리즈 전적 ‘2승무패’를 기록했다. 역대 4강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이 100%(총 31회 중 31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노는 사실상 결승행 티켓을 예약한 셈이다.
이번 승리는 소노의 끈질긴 집념이 만들어낸 역전극이었다. 경기 초반 LG는 정인덕이 전반에만 3점슛 4개를 100% 확률로 꽂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2쿼터 종료 직전 칼 타마요의 버저비터까지 터지며 소노는 전반을 34-43으로 뒤진 채 마쳤고, 3쿼터 초반에는 타마요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38-52로 14점 차까지 벌어져 승기를 내주는 듯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을 달리며 ‘기적의 팀’으로 불린 소노의 저력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추격의 불씨는 외곽에서 지펴졌다. 침묵하던 이정현, 이재도의 외곽포가 터지기 시작했고, 네이던 나이트와 케빈 켐바오가 골밑에서 힘을 보태며 순식간에 격차를 좁혔다. 마침내 3쿼터 종료 1분 9초 전, 이근준이 역전 3점포를 꽂아 넣으며 59-57로 승부를 뒤집었다. 당황한 LG는 수비 대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핵심 센터 아셈 마레이가 3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치명적인 악재까지 겹쳤다.
운명의 4쿼터에도 소노의 흐름은 식지 않았다. 70-68까지 쫓긴 위기 상황에서 임동섭이 천금 같은 3점슛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다잡았고, 이재도가 4쿼터에만 스틸과 외곽포를 묶어 7점을 쏟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3쿼터까지 27%에 머물던 소노의 3점슛 성공률은 4쿼터 들어 67%로 폭발하며 LG의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이날 소노는 주전들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무릎 부상 우려를 털어낸 켐바오는 양 팀 최다인 23득점에 11리바운드를 곁들이며 ‘더블더블’로 골밑을 지배했고, 나이트(21점 8리바운드)와 이정현(16점 5리바운드) 역시 제 몫을 다했다. 외국인 듀오가 합작한 44점은 소노 승리의 단단한 기반이 됐다.
소노의 이번 돌풍은 KBL 역사에 남을 진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5위로 PO에 진출해 6강에서 4위 서울 SK를 완파하더니, ‘거함’ LG마저 침몰 직전으로 몰아넣었다. 역대 KBL에서 5위 팀이 1위 팀을 꺾고 챔프전에 오른 사례는 2024년 부산 KCC가 유일하다. 2023년 창단 이후 불과 두 시즌 만에 대업을 눈앞에 둔 소노는 27일 홈인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시리즈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반면 통합 우승을 노리던 LG는 안방에서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섰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지만 물오른 슛 감각과 단단한 조직력을 앞세운 소노의 기세를 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