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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공백 지운 ‘MVP’ 허예은… KB스타즈, 4년 만에 여자농구 평정

3전 전승으로 되찾은 왕좌…KB, 4년 만에 통산 3번째 통합 우승 위업
‘기둥’ 박지수 공백을 ‘자양분’으로…위기를 시스템 농구의 완성으로 승화
사자 없이도 숲은 움직였다…MVP 허예은의 투혼이 만든 ‘금자탑’

[용인=권준영 기자] “‘박지수’라는 거대한 공백, 청주 KB스타즈는 그것을 우승의 자양분으로 바꿨다.”

 

‘기둥’이 사라진 코트 위에서 KB는 더 단단해진 시스템으로 응답했다. 세간의 회의론을 비웃듯 ‘완성형 조직력’을 선보인 KB가 4년 만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탈환하며 여자프로농구 최정상에 복귀했다.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KB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리즈 내내 박지수가 발목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던 위기 속에서도 KB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1, 2차전에서 개인 통산 챔프전 최다 득점(18점)을 올린 데 이어, 3차전에서 최다 어시스트(8개) 기록까지 갈아치운 허예은은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전 포지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무결점 ‘시스템 농구’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삼성생명 하상윤 감독은 ‘박지수 없는 KB’의 강화된 기동력을 패인으로 짚으며 ‘배수진’을 쳤다. 하 감독은 배혜윤의 위치 선정 변화와 ‘3-2 지역방어’로 승부수를 던졌으나, 경기 내내 폭발한 KB의 화력 앞에 하 감독의 치밀한 계산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반면 KB 김완수 감독의 표정에는 단호함과 신뢰가 공존했다. 김완수 감독의 표정에는 단호함과 신뢰가 공존했다. 김 감독은 부상 중인 박지수의 출전 여부에 대해 “의지는 강하지만 무리시키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고, 특히 승기가 굳어진 상황에서의 ‘세리머니성 출전’마저 팀의 리듬을 위해 스스로 거절한 박지수의 성숙함을 높게 평가했다.

 

박지수가 빠진 자리는 기동력 중심의 ‘스몰 라인업’이 메웠다. 김 감독은 지난해 박지수 없이 혈투를 벌였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승부수를 던졌고, 특히 2차전에서 침묵했던 강이슬의 ‘평균의 힘’을 믿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강이슬은 신들린 화력으로 보답했고, 허예은의 조율과 송윤하의 헌신이 맞물린 ‘시스템 농구’는 삼성생명을 압도했다. 거대한 기둥 박지수의 부재라는 위기를 전술과 신뢰로 극복하며, KB는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시작부터 KB의 기세가 코트를 압도했다. 허예은과 송윤하, 사카이 사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파상공세에 삼성생명의 수비벽은 맥없이 흔들렸다. 특히 허예은의 활약이 눈부셨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외곽포가 림을 가를 때마다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유기적인 플레이로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KB는 1쿼터를 24-16으로 마치며 승기를 먼저 잡았다.

 

KB의 화력은 2쿼터 들어 절정에 달했다. 그 중심에는 ‘대포알 슈터’ 강이슬이 있었다. 강이슬은 2쿼터에만 신들린 듯한 슛 감각으로 14점을 몰아치며 삼성생명의 추격 의지를 무력화했다. 압도적인 높이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기적인 패스 워크까지 더해지며 KB는 한때 41-29, 12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승승장구하던 KB의 기세에 잠시 균열이 간 것은 2쿼터 중반이었다. ‘코트의 지휘자’ 허예은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벤치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허예은은 우려를 비웃듯 다시 일어서는 투혼을 발휘했고, 이는 동료들의 승부욕을 다시 깨우는 촉매제가 됐다. 전반을 44-33으로 마친 KB의 기세는 후반에도 식지 않았다.

 

3쿼터 들어 삼성생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거친 압박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잦은 파울을 범하며 자멸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강이슬의 득점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3쿼터에만 9점을 추가한 강이슬은 1~3쿼터 합계 26득점(팀 내 1위)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강이슬의 맹공에 힘입어 19점 차(67-48)까지 점수를 벌린 KB는 사실상 승부의 저울추를 완전히 기울였다.

 

마지막 4쿼터에도 반전은 없었다. 67-48로 리드한 채 4쿼터에 돌입한 KB는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이며 삼성생명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시작과 동시에 양지수의 외곽포가 림을 가르며 포문을 열었고, 허예은과 강이슬, 송윤하, 사카이 사라가 고르게 득점포를 가동하며 코트를 완전히 장악했다. 삼성생명은 전력을 다해 반격을 시도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승부의 추가 돌아오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80-65. KB는 그렇게 4년 만의 통합 우승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80-6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WKBL 제공

결국 이날의 승리는 전술적 유연함과 두터운 신뢰가 빚어낸 결과였다. 김 감독은 일시적 부진에 빠졌던 강이슬의 ‘평균치’를 믿었고, 강이슬은 폭발적인 화력으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박지수의 빈자리를 메운 스몰 라인업의 유기적인 로테이션과 허예은·송윤하의 투혼이 맞물린 ‘자양분 농구’는 삼성생명의 반격 의지를 무력화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