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퇴임 시 국정 지지율 50%를 넘기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임기 초에 60%를 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선 득표율(49.42%)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임기 막판 지지율 50%는 레임덕(권력 누수)이 없으며,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말 친인척 비리나 경제 실정 등으로 10∼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레임덕에 시달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만이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퇴임 당시 4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67(한국갤럽)∼69%(전국지표조사·NBS)를 기록하며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24일 발표에서 이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 이유로 외교, 경제 민생, 직무능력 등을 꼽았다.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히지 않고 중도실용을 표방한 국정운영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높은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도실용 국정운영의 백미는 인사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 인사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시키고 기업인 출신을 여럿 발탁한 것은 실용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 정당 출신인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에, 김성식 전 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기용한 것도 실용 중시 인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요직 중의 요직인 청와대 민정수석에 일면식도 없던 보수 성향의 봉욱 전 대검차장을 기용한 것은 신선한 파격으로 평가받았다. 당사자의 도덕적 흠결로 불발에 그쳤지만,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도 참신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과거 정권에서 횡행했던 코드인사, 보은인사와 담을 쌓은 것은 아니다. 보은인사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전문성과 자질은 도외시한 채 임명권자와의 인연만을 중시해 기용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사달이 난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기용돼 논란을 빚었던 자니윤 사례처럼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게 된다.
현 정부에서도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 14명이 청와대와 정부 기관과 국회 등에 진출했다. 그리고 다자외교 최전선이자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유엔 주재 대사에 외교 경험이 전혀 없고 영어도 서툰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 출신인 차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결성을 주도했던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는 경제전문가의 영역인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에 임명했다.
지속해서 보은인사 논란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문화예술단체 인사를 놓고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진보성향 문화예술네트워크인 문화연대 등까지 “정치적 이해관계, 친소관계 등이 과도하게 작동했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논란이 가장 큰 인물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에 취임한 황교익씨다. 이 연구원은 문화예술관광정책을 연구하거나 홍보하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황씨는 ‘맛 칼럼니스트’로 음식 분야에는 정통할지 모르지만, 관광정책 이해와 개발에 필수적인 연구 이력은 전혀 없다. 국립정동극장 대표로 임명된 개그맨 출신 서승만씨도 연극배우 경력이 있지만 대부분 방송인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런 보은인사가 문화예술, 외교 분야 등 곳곳에서 벌어지면 인사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좀먹는 것은 물론 국정 동력이 훼손된다. 이 대통령은 보수인사 등용과 관련해 “파란색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졌다고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보면 이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임 정부의 코드인사를 비판했던 이 정부도 ‘구태를 반복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성공한 정부로 남고 싶다면 ‘보은인사’의 유혹을 끊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