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다른 취미생활 하나 없이 평생 가족을 위해 일했던 6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지난 2월 22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정찬호(68) 씨가 간과 양측 신장(콩팥)을 각각 기증하고 숨졌다. 유족들은 생전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좋은 일을 하고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정 씨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 올해 1월 10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김기웅(67)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쪽 신장을 나누고 하늘로 떠났다. 고인은 1월 8일 회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상태가 점점 악화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인의 딸은 “아버지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다. ‘가는 마당에 좋은 일 하고 가면 더 좋지’라고 말씀하실 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기증의 뜻을 전했다.
두 고인처럼 당사자 또는 유족들이 장기 기증에 선뜻 동의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시간과 사투를 벌이며 누군가의 장기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에 희망을 주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올해 누적 뇌사 장기 기증자는 총 145명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114명)보다 27.2% 늘어난 수치다.
장기 기증자는 최근 2년간 연달아 줄었다. 작년 연간 뇌사 장기 기증자는 모두 370명으로, 2024년(397명)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국내 연간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05년(91명)만 해도 100명을 밑돌았으나 이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2016년에는 573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는 가장 많았던 2016년에 비해 35.4%나 적다.
올해 들어 장기 기증자가 작년 대비 증가하고 있어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장기 기증자는 4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자체로 슬픈 일이지만, 삶의 끝에 선택한 장기 기증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을 선물할 수 있다.
한 신장 이식 수혜자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추모 공간’에 “수술 잘 받고 퇴원 후 일상생활 중”이라며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생활하려고 하고 있다. 제게 주신 신장을 잘 관리해서 저 또한 다른 분들께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기증자의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떠난 채 맞이한 ‘가정의 달’을 아파하면서도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한 아버지는 장기를 나눈 아들을 기억하며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 우리에게 5월은 아픈 달이구나. 엄마는 오늘도 네 사진을 둘러메고 지리산 산행을 떠났다. 가슴에 묻는 것도 모자라 다 큰 너를 등에 지고. 엄마와 산행하며 그렇게나마 푸르름을 느껴보려무나”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전했다.
자신을 엄마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올해부터는 근로자의 날(노동절)이 공휴일이 됐어”라고 소식을 전하며 “네가 없는 연휴를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 항상 널 그리워하는 엄마가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고 건강해”라고 하늘에 말을 건넸다.
한편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공공조직은행이 지난해 피부나 뼈 등 인체조직 기증 실적이 총 169건으로 2017년 기관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종전 한해 최대 기증은 2022년 153건으로, 지난해에는 이보다 10.5% 기증이 늘었다.
올해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올해 기증 실적은 70건으로, 은행 측은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41% 늘어난 240건을 달성할 것으로 봤다.
공공조직은행은 기증자 및 유가족 예우 강화, 기증 종사자 업무 부담 완화, 대국민 생명나눔 인식 확산 등을 추진함으로써 기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