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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띄웠는데… 양산·수출 모두 흔들린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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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조 어렵다”…KF-21 양산 조정론
수출로 버텨야 하지만…공동개발은 양날의 검
ITAR·기술이전 충돌…KF-21 수출의 변수

국산 KF-21 전투기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조짐이 보이고 있다.

 

KF-21은 지난 7일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F-4·5 전투기를 대체하는 국산 기종을 실전배치하려는 군과 정부의 25년에 걸친 개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의미다.

 

KF-21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실제 전력화 단계에선 예산 등에 의한 사업 일정 조정 압박이 강해지는 모양새다.

 

당초 계획보다 전력화 일정이 지연되면,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출로 이를 만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 개척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F-21 전투기가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조립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전투기가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조립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출 압박에 KF-21도 영향권

 

원래 KF-21 양산은 공대공 전투능력을 지닌 KF-21 블록1 40대를 만드는 최초양산작업을 2024∼2028년 8조3840억원을 투입해서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KAI가 생산에 돌입하고 공대지·공대해 능력을 갖춘 블록2 제작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는 난제가 됐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매년 2조원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그런데 최초양산 예산은 지난해 약 2373억원, 올해는 1조4000억원 정도였다. 때문에 2027∼2028년 집행해야 할 예산은 5조원이 넘는다.

 

이를 두고 최초양산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당국 기조상 단일 방위력개선사업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을 배정한 전례가 거의 없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엔 후속양산 물량인 블록2 계약(2029년 전력화 시작)이 예정되어 있다.

 

총사업비가 20조원에 달할 핵추진잠수함, 7조원 이상이 투입될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5000t급 잠수함 장보고Ⅲ-배치Ⅲ, 해양정보함 등 대형 사업들도 있다. 

 

선행연구 등 사업 착수 이전에 거치는 절차가 올해 여름쯤 끝나서 사업화 단계에 들어설 사업들까지 고려하면, 신규 방위력개선사업은 3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노후한 장보고-Ⅰ 잠수함을 대체할 장보고-Ⅳ 건조,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 등도 1∼2년 후 추진이 예고되어 있다. 

 

이를 모두 충족하려면 내년 방위력개선사업비를 올해(약 20조원)보다 20% 이상 늘려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5% 증액도 벅찬 모양새다.

 

KF-21 전투기가 단기 기동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전투기가 단기 기동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방위사업청은 KF-21 양산 일정 조정을 검토중이다. 블록1 양산 기간을 2030년 이후로 늘리고, 블록2는 계약 시점을 연기하면서 생산 기간도 4년 정도 늘린다는 구상이다.

 

재정 투입을 장기간에 걸쳐 분산시켜 예산 부담을 줄이는 ‘부담 분산’이다. 프랑스에서도 라팔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이같은 방식이 쓰였다. 

 

정부 소식통은 “다음 총선(2028년 상반기) 전후 시점까지 방위력개선사업비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 현 정부 구상”이라고 전했다. 

 

양산 일정 조정은 KF-21은 물론 탑재 항공무장·장비 연구개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F-21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블록2 지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산업체들이 개발중인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두 차례 시험에 실패한 천룡의 향후 개발 일정이 차질없이 이뤄져도 블록2가 제때 등장하지 않으면, 전력화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미티어와 유사한 개념의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 사업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DD와 방산업계에서 핵심기술 관련 개발이 진행중이지만, 예산 문제로 플랫폼 사업이 영향을 받는데 사업 착수 이전 단계에 있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이 순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소요가 결정된 정밀유도폭탄 등 각종 항공무장의 국산화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산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FA-50 경공격기 날개에 장착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산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FA-50 경공격기 날개에 장착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출 확대 필수지만 쉽지 않아

 

KF-21 양산 일정 조정이 현실화하면, KAI는 생산라인과 매출 유지를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 전투기인 미라지 F1 생산량 중 수출 비중은 66%, 미라지 2000은 50%, 라팔은 60%에 달한다.

 

제작사인 닷소는 이를 통해 프랑스 정부의 발주 지연 또는 주문 축소 등의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다.

 

문제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KF-21은 해외 시장 개척이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데, 해당 시장에는 유럽·중국·미국 기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통상적인 수출 외에 잠재적 구매국의 투자를 받아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중동에선 F/A-18G와 유사한 개념의 KF-21 전자전 버전과 5세대 스텔스 버전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F-21 전자전 버전은 기체 좌우측과 하부에 전자전 포드 등을 탑재한 형태다.

 

내부무장창이 설치된 형태로 개량된 KF-21의 상상도. KAI 제공
내부무장창이 설치된 형태로 개량된 KF-21의 상상도. KAI 제공

5세대 스텔스 버전은 KAI가 유·무인복합체계와 연계하면서 내부무장창을 설치하는 형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동개발도 기술이전과 수출승인 등의 변수가 많다.

 

공동개발은 구매국의 ‘운용 권리’와 판매국의 ‘기술 주권’ 간 충돌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구매국은 핵심 부품의 수출 통제 여부와 더불어 기술 축적 및 독자적 성능개량 및 무장통합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서라도 기술이전을 최대한 많이 얻기를 원한다.

 

반면 판매국은 핵심 기술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기 쉽다.

 

최근 UAE와 프랑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공군 라팔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랑스 공군 라팔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간 라팔 F5 개발 자금 조달 협상이 지난해 말 중단됐다.

 

UAE는 개발비 50억 유로 중 최대 35억 유로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프랑스가 광학 전자 기술 관련 개발 기밀을 UAE와 공유할 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자 UAE는 아무런 대가 없이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기로 했다.

 

프랑스는 라팔 F5 사업자금을 단독으로 부담하게 됐지만, ‘첨단 기술을 저렴하게 넘길 순 없다’며 안도하는 기류도 있다.

 

라팔 F5는 성능이 향상된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체계, 애프터버너 추력이 20% 증가한 M88 엔진, 유·무인 복합체계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스텔스 기술을 제외하면 6세대 전투기와 유사한 첨단 기술이 대거 반영되어 있다.

 

KF-21 전투기와 무인편대기로 구성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현한 모형을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전투기와 무인편대기로 구성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현한 모형을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도 추가 수출을 위한 제3국과의 공동개발 추진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전 및 스텔스 기술은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핵심이다. 그런데 UAE처럼 기술 확보를 꿈꾸는 개발도상국들은 핵심 기술 이전을 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양측 간 충돌과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이같은 문제에 더해 KF-21은 미국과의 문제도 얽혀있다.

 

KF-21 엔진은 미국 GE의 F414-GE-400K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지만, 미국 기술이 사용되므로 제3국 수출 시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른 미 국무부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

 

공동개발 형식으로 추가 수출을 꾀할 때, 다중 수출 통제체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F404 엔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F404 엔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술·부품 공급국이 늘어나면, 수출 거부권을 지닌 국가도 늘어난다. 미국 외에 또다른 공동개발국까지 수출 거부권을 가지면, 해외 추가 판매는 더욱 어려워진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함께 만든 타이푼 전투기가 이같은 상황을 겪었다.

 

과거 영국은 사우디에 타이푼 48대 추가 판매를 추진했으나, 독일이 2018년 사우디에 군사 장비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타이푼에 독일산 부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조치는 2024년에야 해제됐다.

 

개발비 부담도 문제다. KF-21은 인도네시아 분담금 문제로 오랜 기간 부침을 겪었다.

 

단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공동개발한 일본의 F-2는 미국산 F-16과 유사한 성능이지만, 단가는 F-16의 3배가 넘는다. 소량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달성 실패, 개발비 등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에서 사용중인 항공무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에서 사용중인 항공무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포괄적·혁신적 수출 진흥책 필요

 

이같은 리스크를 감안하면, KF-21의 수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공격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경쟁국보다 더 빠르고, 더 효과적인 옵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라팔을 수출할 때 금융지원을 했던 것처럼 KF-21 해외 판매에서도 융자 등 금융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는 최고위급 수준의 정치적 지원과 대규모 산업협력 제안도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LIG D&A 등 KF-21 개발·생산에 참여한 국내 방산업체들을 한데 모아서 KF-21 해외 판매를 위한 합작회사 설립 등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K방산 역량을 결집해 KF-21 수출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기술적으론 성능이 검증된 무기체계 패키지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과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국산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체계를 묶으면, KF-21도 라팔과 유사한 수준의 무기체계 패키지 구성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