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말차 다음은 보라색?…114조 식품시장 흔드는 ‘우베’ 디저트 전쟁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말차와 두바이 초콜릿이 지나간 디저트 매대에 이번에는 보라색이 번지고 있다. 편의점 냉장 진열대, 카페 쇼케이스, 베이커리 신제품 코너마다 이름도 낯선 ‘우베(Ube)’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은 114조8252억원으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식품 부문에서 빵류 생산액도 3조752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디저트가 더 이상 일부 마니아의 간식이 아닌, 유통업계가 속도를 걸고 뛰어드는 대형 소비 시장이 됐다는 의미다.

 

우베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즐겨 먹는 보라색 참마류 식재료다. 자색고구마와 비슷한 단맛에 고소한 향이 있고, 크림·우유·치즈와 섞었을 때 선명한 보랏빛을 낸다.

 

유통업계가 우베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맛보다 먼저 사진이 소비되는 시대에, 우베의 보라색은 진열대에서 바로 눈에 띈다. 인위적인 색감이 아닌 원재료의 색이라는 점도 ‘헬시 플레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우베 디저트를 건강식으로 과장해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베 자체에는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가 들어 있지만, 실제 판매 제품은 크림, 치즈, 설탕, 빵 반죽이 함께 들어간 디저트다. 핵심은 ‘건강식’이 아닌 ‘색감과 풍미를 앞세운 트렌드 상품’에 가깝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편의점이다.

 

CU는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 ‘우베 찰떡 꼬치’,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 ‘우베 치즈 펄 케이크’, ‘우베 롤’, ‘우베 번’ 등 6종을 선보였다. CU 디저트 매출은 2024년 25.1%, 2025년 62.3%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62.5%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14일부터 약 100개 매장에서 한정 판매한 뒤 반응을 확인했고, 24일부터 판매 범위를 넓혔다. 스타벅스가 강조한 지점 역시 ‘은은한 단맛’과 ‘자연스러운 보랏빛’이다.

 

파리바게뜨는 ‘우베 생크림빵’과 ‘우베 라떼’를 내놓으며 식후 디저트 수요를 겨냥했다. ‘밥 먹고 파바 고?’ 캠페인과 묶어 식사 뒤 카페로 향하던 발길을 베이커리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우베 열풍의 배경에는 디저트 유행 주기의 단축이 있다. 말차, 두바이 초콜릿, 버터떡처럼 SNS에서 먼저 불붙은 상품은 빠르게 팔리지만, 식는 속도도 빨라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메뉴를 오래 키우기보다, 해외에서 검증된 식재료를 빠르게 들여와 한국식 디저트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우베가 치즈 케이크, 생크림빵, 라떼, 도넛으로 동시에 번지는 이유다.

 

관건은 ‘보라색 인증샷’ 이후다. 첫 구매는 색감이 만들 수 있지만, 재구매는 맛과 가격, 접근성이 결정한다. 두바이 초콜릿이 강한 화제성 뒤에 빠르게 피로감을 남겼다면, 우베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고구마 계열 풍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보랏빛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 다만 소비자에게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사진을 찍고 싶은 디저트에서, 다시 사 먹고 싶은 디저트로 남을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