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는 물론 줄줄이 대규모 감편과 무급휴직에 들어가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최근 두 달 새 국제선 운항은 왕복 기준 900편가량 줄어들었다. 대부분 국내 LCC를 중심으로, 아직 다음 달 운항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항공사들도 있어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 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전체 운항 편수의 4%에 해당하는 왕복 187편을 줄였다. 다른 LCC들도 유류할증료와 현지 급유 부담이 큰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대폭 줄이고 있다. 진에어는 괌, 푸꾸옥 등 이달까지 왕복 176편을 줄였다. 에어부산은 다낭, 방콕 등 왕복 212편 노선을 감편했다. 이스타항공 150편, 에어서울 51편, 에어프레미아 73편, 티웨이항공 35편 등 다른 LCC들도 감편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항공사 중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쟁 이후부터 7월까지 프놈펜, 이스탄불 등 6개 노선 왕복 27편 운항을 줄였다. 대한항공은 아직 운항 편수를 줄이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운항이 줄어들면서 업계에는 무급휴직이 번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 객실 승무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객실 승무원, 에어로케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또 LCC뿐 아니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역시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실제 항공유 가격은 중동전쟁 이후 2.5배 치솟았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4달러를 넘어 2개월 전보다 150.1% 상승했다. 유류비 비중이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항공업계는 고유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 기준 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연간 약 45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재무 여력이 취약한 LCC들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증권가는 항공사들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 줄줄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며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3400%를 돌파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률이 132%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4년 만에 문을 닫은 미국 스피릿항공과 같은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