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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세계유산위’ 의장국 되는데…‘종묘’ 논란 안고 의장석 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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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 “HIA 충실히 이행해야”
공식 의제 오르면 적잖은 부담될 수도
투명한 ‘절차 이행’이 해법으로 보여

오는 7월 부산에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하는 한국이 오히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개발 문제로 국제사회의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에서 봉행 된 ‘종묘대제’에서 제관들이 정전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에서 봉행 된 ‘종묘대제’에서 제관들이 정전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번복하기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관련 ‘유산영향평가(HIA)’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11일 촉구했다.

 

HIA는 세계유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 사업이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에 어떠한 변화를 주는지 사전 평가하는 국제 표준 절차다.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제172항은 당사국이 유산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복원이나 신규 건설 사업을 허가하기 전, 세계유산센터를 통해 위원회에 관련 계획을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평소보다 엄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유산 보존 원칙을 논의하는 국제회의 개최 국가의 자국 유산 관리 문제가 엄중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종묘 사안이 유네스코 공식 의제인 ‘보존현황보고(SOC)’에 상정되면, 의장국인 한국으로서는 적잖은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세계유산 보존 논의를 주재하는 국가가 자국 유산 관리 문제로 국제사회의 우려 대상에 오르는 곤혹스러운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한 개발 찬반이 아닌, 해당 사업이 세계유산 경관과 역사적 맥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쟁점인 이유다.

 

기존의 세운상가를 들며 현재 상황만 문제 삼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당시의 세운상가와 지금의 초고층 개발은 영향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반론이 맞선다.

 

세계유산 분야에서는 높이 170~200m 안팎의 구조물이 역사 경관 등에 미치는 영향을 민감하게 바라본다고 알려졌다.

 

종묘 내부에서 외부의 초고층 건물군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세계유산이 지닌 역사 공간의 독립성과 상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세운상가의 존재가 용인됐어도 더 큰 규모의 수직적 개발까지 자동으로 허용되는 건 아니라며, 추가 경관 훼손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도심 재정비 필요성과 노후 지역 활성화 요구도 적지 않은 만큼, 향후 개발과 보존의 조정 과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법은 투명한 절차의 이행으로 보인다.

 

서울시 등이 HIA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당성을 확보하면, 종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한국형 상생 모델’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권고가 개발과 반대 주체의 대립 부추기기가 아닌,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우회 제안으로 읽히는 배경이다.

 

종합하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입장은 단순한 국내 기관의 의견 표명을 넘어 세계유산 의장국 한국의 보존 거버넌스를 국제사회가 주의 깊게 지켜본다는 신호 의미도 있다.

 

한 역사학계 관계자는 “종묘 논란은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둔 우리나라가 국제 기준과 도시 개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중요한 시험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