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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대란에… 흑백 포장으로 ‘상식 파괴’ 나선 日 국민 과자

일본 국민 과자로 불리는 가루비(Calbee)의 ‘포테이토칩’ 등 주요 제품의 포장이 흑백으로 바뀐다고 현지 매체들이 12일 보도했다. 그간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승부해왔지만, 최근 중동 사태로 인쇄용 잉크 원료 등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식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가루비는 포테이토칩 ‘연한 소금 맛’(사진)과 ‘콘소메 펀치’ 등 14개 주력 제품의 포장을 5월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흑백 2가지 색깔만 사용해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후 나프타 공급난이 벌어진 데 따른 조치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과자 포장재에 쓰이는 잉크에 흰색·검은색을 제외한 색깔을 넣거나 인쇄 시 잉크를 희석할 때에도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잉크용 용제(溶劑)의 경우 가루비가 확보한 재고는 7월까지 사용 가능한 분량”이라며 “공급이 더 불안정해지기 전에 잉크 사용량을 줄여 선제적 대응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환경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제품 포장에 쓰이는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던 만큼 나프타 공급난은 포장 간소화 움직임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내다봤다. 닛케이에 따르면 한 중견 제과업체는 “잉크와 필름 부족 현상 때문에 (포장재 제조업체로부터) 다음달 이후 필름 가격을 20∼40%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가루비의 이번 시도가 제품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미야모토 후미유키 오비린대 교수(비즈니스매니지먼트학군)는 닛케이에 “감자칩의 노란색을 보고 식욕이 돋는 식으로 포장재의 색깔은 소비자들의 잠재 의식과 깊게 연결돼 있다”며 “흑백으로 바뀌면 상품 자체의 얼굴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조사기관 아스마크의 사토무라 마사유키 연구원은 “가루비 포테이토칩은 폭넓은 소비층이 형성돼 있어 포장을 보고 구매하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사는 이들이 많다”며 “포장이 흑백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화제를 일으키고, 회사 측의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소비자층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루비가 고정 소비층이 있는 14개 주력 제품에 한해 포장지를 바꾸기로 한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