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남정훈 기자] ‘히어로’(김영웅)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병우가 히어로가 된 날이었다. 삼성이 전병우가 ‘약속의 8회’에 터뜨린 그랜드슬램으로 12년여 만에, 일자로는 4373일 만에 8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9-1로 이겼다. 8연승을 달린 삼성은 시즌 성적이 22승1무14패가 되며 3연패의 늪에 빠진 LG(22승15패)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이날 SSG에 1-5로 패한 선두 KT(23승1무13패)와의 승차도 한 경기 차로 다가섰다. LG와의 주중 3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까지 올라설 수 있는 삼성이다.
1-1로 양팀이 팽팽히 맞선 8회, 전병우가 구세주로 등극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전병우는 볼카운트 2B-1S에서 전병우는 장현식의 시속 131.3km짜리 4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것을 그대로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시속 160.4km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전병우의 시즌 3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세 번째 만루포. 키움 소속이었던 2020년 9월9일 인천 SK전, 2021년 5월18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포를 터뜨린 바 있다.
전병우의 벼락같은 깜짝 만루포로 삼성은 5-1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고, 9회에 넉점을 추가해 8~9회에만 8점을 터뜨리는 집중력을 앞세워 8연승을 달렸다. 삼성이 8연승을 달린 건 ‘왕조 시절’인 2014년 5월 13~22일 이후 4373일 만이다.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전병우는 “슬라이더를 노리고 친 건 아니었ㄷ가. 최근 타석에서 특정 구종을 노렸다가 오히려 결과가 안 좋았다”라면서 “직구 타이밍만 생각하고 있었다. 가운데와 몸쪽을 항상 보고 있는데, 슬라이더가 그쪽에서 바ᄁᆞᇀ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라 스윙 궤적이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만루포의 비결을 설명했다.
8회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김성윤이 볼넷을 골라 무사 1루 상황에서 2,3번인 구자욱과 최형우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찬스가 끝나는 듯 했지만, 장현식의 폭투로 1루가 비자 LG 벤치는 디아즈를 고의4구로 걸렀다. 이어 박승규의 빗맞은 3루 땅볼이 페어가 되면서 내야안타로 2사 만루의 ‘밥상’이 전병우에게 차려졌다.
전병우는 “어차피 2아웃이라 희생플라이도 없으니 ‘내가 해결해보자’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면서도 “사실은 자욱이나 형우 형이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나에게 찬스가 이어지자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나’ 싶기도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놔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전병우의 만루홈런은 개인 통산 세 번째다. 키움 시절인 2020년 9월9일 인천 SK전, 2021년 5월18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포를 터뜨린 바 있다. 전병우는 “지난 일요일 NC전에서 (류)지혁이가 친 만루홈런이 데뷔하고 처음 친거라고 해서 ‘이제 처음 쳤냐’고 놀리기도 했는데, 저도 오늘 치게 되어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내야 멀티 백업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한 전병우는 주전 3루수인 김영웅의 부상 공백으로 주전 자리를 맡게 됐다.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초반엔 타율이 3할 후반~4할을 오르내릴 정도로 타격감이 뜨거웠지만, 점점 방망이가 식었고 어느새 타율은 2할대로 떨어졌다. 전병우는 “2주 전쯤에 체력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괜찮아진 것 같다. 잘 먹고 잘 쉬고 하니 다시 좋아졌다”라면서 “지금처럼 부상 없이 꾸준히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등번호 34번을 달았던 전병우는 최고참인 최형우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등번호를 양보했다. 대신 단 등번호는 61번이다. 61번을 단 이유를 묻자 머뭇거리던 전병우는 “솔직히 얘기하면...그냥 남는 번호를 달았다”라면서 “형우 형이 등번호 양보의 대가로 상품권을 챙겨주셨다. 상품권의 금액은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말하며 더그아웃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