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는 양국간 공감대가 있지만 한·미가 세부 내용에선 온도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단계적 기여” 언급
안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참여는 하겠다,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이 정도 수준까지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단계적 기여의 방법과 관련해선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적 자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안 장관은 또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를 준용하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요청한 데 따른 답변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입장을 먼저 원론적으로 설명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HM 나무호의 화재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되자 강력히 규탄하면서 선박의 안전보장 및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호르무즈해협 정상화를 위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이란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안 장관은 “나무호와 관련해서 미측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군에서는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에 참여를 하고 있고, 기술적 분석과 어떤 자문을 우리 정부 조사단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정도까지는 (미측에)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속한 전작권 전환 공감했지만 미측 생각 다른 부분 있어”
안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및 그에 따른 조속한 전환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하기 위한 국방비 증액, 핵심 군사역량 확보 등을 설명했다”면서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등 주요 동맹현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앞으로 더 이해와 설득을 구할 부분이 있으면 이해와 설득을 구하겠다”며 “어쨌든 우리 입장에선 조기에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장관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지만 “미측에서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이나 구체적인 시기 부분에서 온도 차가 있어 앞으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장관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달성 목표 시기를 회계연도로 ‘2029년 1분기 이전’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그것은 군사 당국자의 이야기이고, (이는) 정책적·정책적 결심사항”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정상이 최종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의미다.
안 장관은 한·미 정상이 동의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해서도 “안보 사안은 경제 문제와 다른 트랙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 대중국·북한 문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 미국측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이란전 개시 이후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중동 반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