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과 집단 휴학 여파로 24·25학번이 한 강의실에 몰리면서 올해 전국 의대 예과 2학년이 5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세계일보 보도다. 가천대 등 일부 대학은 예과 2학년생이 기존 정원의 3배를 넘어서는 ‘트리플링’ 현상까지 나타났고, 이들이 졸업하는 2030년엔 전교생 규모도 평소보다 2배가량 불어나 역대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충북대는 기존 정원(49명)의 2.8배에 달하는 139명이 한 학년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지방 의대일수록 사정이 더 열악하다. 기초의학부터 임상실습까지 의학교육 전반이 심각한 포화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의대 교육 현장은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한다. 특히 예과 2학년과 본과 1·2학년이 해부학·생리학 등 의학의 근간을 배우는 기초의학 교육은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의학교육의 핵심은 직접 보고 만지는 실습인데, 현미경 하나를 서너 명이 돌려보고 해부학 실습대는 접근조차 어렵다고 한다. 현재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1구당 평균 실습생 수는 8.12명인데, 최대 2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에 앞서 전임교수 확충을 통해 의사들의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기금교수로의 신규 인력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초의학 교원 확보는 지지부진하다. 기초의학의 교수 총원은 2022년 1542명에서 2023년 1512명, 2024년 1552명, 2025년 1593명, 2026년 1606명으로 4.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게다가 대학들은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전환해 숫자만 맞추는 ‘땜질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과 달리 교육 현장에선 ‘신규 수급 없는 인력 유출’이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일단 정원을 늘리고 보자”고 했다가 교수·시설 확충엔 뒷전인 대학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강의실 수용 능력 초과, 기초의학 교수 부족, 실습 교육 부실은 의료대란 초기부터 거듭 지적해 온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 투입·시설 점검 같은 적기 대응을 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 부실한 의대 교육은 국민 건강권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수·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