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선관위원장 상근직化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1963년 창설됐다. 그 위원장은 60년 넘게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임명한 3인, 국회에서 선출한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 9인이 호선(互選)으로 위원장을 뽑도록 했다. 그런데 사법부 몫 선관위원 중 한 명인 현직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다. 선거 자체가 드물고 인구와 경제 규모도 작던 시절이라 선관위원장을 한직이나 명예직쯤으로 여긴 듯하다.

세월이 흐르며 선거의 풍경은 확연히 바뀌었다. 유권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물론 지방자치제 실시로 전국 단위 선거도 잦아졌다. 부정선거 양상 또한 달라졌다. 주민들에게 막걸리를 사 먹이고 고무신을 돌리는 행태는 거의 종적을 감춘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가 기승을 부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가짜뉴스 유통은 또 어떤가. 빠르게 변하는 선거 풍토를 따라잡기 위한 선관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선관위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선거 때마다 투·개표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의 단초를 제공했다. 당장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유튜버가 전국의 총선 투·개표소를 돌며 불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실을 선관위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투표용지를 종이 상자나 쇼핑백, 플라스틱 바구니 등에 담아 옮기다가 ‘소쿠리 투표’라는 오명도 얻었다. 선관위 사무처 핵심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정황이 드러났다. 선관위원장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태악 현 선관위원장은 지난 3월 대법관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충원되지 않아 여전히 선관위를 이끌고 있다. 그는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면 일주일에 하루이틀만 선관위에 나가 전체적인 그림에 문제없냐는 정도만 확인하게 된다”며 “상근직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회사(선관위)가 경기 과천에 있는데 사장(위원장)은 서울 서초구에 주로 체류하는 일도 어불성설이다. 선관위원장의 상근직화를 적극 검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