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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맹 균열 속 ‘세기의 담판’… 한국 패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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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회담, 이상기류 해소 불발
호르무즈 사태, 최적 기여방안 찾길
미·중 정상회담 계기 능동 외교 필요
FILE PHOTO: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talk as they leave after a bilateral meeting at Gimhae International Airport, on the sidelines of the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summit, in Busan, South Korea, October 30, 2025. REUTERS/Evelyn Hockstein/File Photo
FILE PHOTO: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talk as they leave after a bilateral meeting at Gimhae International Airport, on the sidelines of the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summit, in Busan, South Korea, October 30, 2025. REUTERS/Evelyn Hockstein/File Photo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방미는 흔들리는 한·미 관계를 복원하고 양국 간 안보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지난 1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는 “긴밀한 소통과 안보 협력 강화”라는 원론적 표현만 담겼을 뿐, 한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 이후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 문제 역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움이 작지 않다.

다만 안 장관이 호르무즈해협 개항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단계적 기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이 이란 관련 군사작전에 우방국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 차원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런 성의 표시도 때를 놓쳐선 곤란하다. 이란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지지 표명과 정보 공유, 인력 파견 등 단계적 방안 중 국익에 부합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한·미 균열 와중에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 회동이 이뤄진다.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국 외교 행사가 아니다.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 안보 질서 재편을 둘러싼 글로벌 전략이 논의되는 자리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무관할 수 없다. 이미 북핵 문제는 국제 현안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양국 간 일방 타협이 경제 분야로 확대될 경우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나 공급망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미·중의 테이블에서 우리가 뒤 순위로 밀려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방한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카운터파트인 한국 경제 수장들과 별도 회동 없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의례적 일정만 소화한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은 능동적인 외교 전략의 추진이 절실한 때다. 한·미의 이견이 동맹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미·중의 ‘그레이트 게임’ 속에서 한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이 주변 변수로 취급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