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만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가운데,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 국적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사건을 처분하더라도 정작 이 피의자에 대해선 수사중지 결정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해외에 체류하거나 소재불명인 경우 등으로 수사가 중지된 외국인 피의자·참고인은 지난해 46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피의자가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피의자가 체류 중인 국가의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관련 일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20일 쿠팡 고객 이름과 이메일 등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중국인 A씨에 대한 송환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쿠팡에서 인증 시스템 설계·개발 업무를 수행한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퇴사 후 쿠팡 서비스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A씨 송환 여부에 대해 “(송환 요청을) 해도 안 오죠”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 송환이 어렵다는 취지다.
결국 경찰은 주범인 A씨에 대한 수사는 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A씨에 대한 송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중지’를 결정할 수 있다. 경찰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가 소재 불명이거나, 2개월 이상 해외체류 등의 사유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할 경우 수사중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수사중지가 이뤄진 외국인 피의자·참고인은 매년 수천 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4380명의 피의자와 220명의 참고인에 대해 수사중지가 결정됐다. 피의자·참고인 수사중지 인원은 2021년 3434명, 2022년 3847명, 2023년 4139명, 2024년 4636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수사중지된 피의자는 입건 죄명별로 사기·횡령·배임 등 ‘지능범죄’가 2070명(45%)으로 가장 많다. 기타범죄 922명(20%), 절도범죄 357명(7.8%), 교통범죄 343명(7.5%), 폭력범죄 338명(7.3%), 특별경제범죄 223명(4.8%)이 뒤를 이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해외에 체류 중일 경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수배,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거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다.
법무부는 이날 경찰청과 협력해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 대기업 회장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상자산 계정에서 380억원 이상을 빼돌린 해킹조직의 총책급 범죄인 중국 국적 피의자를 국내로 송환했다. B(40)씨는 비교적 범죄인 인도가 협조적인 태국에 체류하다 송환됐다.
범죄인 송환은 이처럼 상대국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은 한-중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된 후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한 사례가 없다. 외국인의 증가로 외국인 피의자 범죄도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로 출국하거나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한 수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이 발표한 ‘외국인 형사입건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외국인 피의자는 총 19만8412명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