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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고수하는 노조… ‘파업금지 가처분’ 결론에 쏠린 눈 [삼성전자 사후조정 결렬]

30시간 마라톤 협상 ‘빈손’

勞 “조정안에 요구사항 미반영”
중노위 검토 중 협상 중단 요청
使 “성과급 제도화만 고수 일관”
양측, 추가 대화 여지는 남겨놔

인용시 적법 절차 내 파업 가능
손배 등 우려 동력 떨어질 수도

삼성전자 노사가 이틀에 걸쳐 30시간 가까이 이어진 ‘마라톤협상’에도 끝내 ‘빈손’으로 헤어지면서 노조가 21일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전까지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제동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없는 한 초유의 파업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삼성전자 노사와 중앙노동위원회 측에 따르면, 지난 11∼12일 중노위 사후조정으로 노사가 45일 만에 다시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내놓은 제시안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만 특별 보상으로 OPI(초과이익성과급) 초과분에 대해 영업이익 12%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는 성과인센티브 지급 제도화를 고수했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양측 의견을 취합한 중노위가 조정안을 검토하는 중 노조 측이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안에 노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대표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협상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정안에는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OPI 제도와 연봉 50% 상한이 그대로 유지돼 있었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제도화를 요구했으나 이 부분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라고 협상 결렬 책임을 사측에 돌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양측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지만 노조는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고 경직된 제도화만 시종 고수했다”고 반박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서로) 간극이 컸다”며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금번 사후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추가 대화 여지를 열어두며 실낱같은 희망을 남겼다. 앞서 2024년 7월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 당시에도 노사가 사후조정에서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이후 자율교섭을 통해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사측은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 역시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다시 논의할 생각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가 사측 입장에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이 과도한 터라 막판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두 번째 심문 기일에서도 노조는 사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법원에서 만난 취재진에 “사후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정당하게 파업권을 얻은 만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싸워서 쟁취하라는 입장으로 알고 있고, 저희도 적법하게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법원에서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가처분 신청이 위법한 쟁의로 한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 내에서의 총파업은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두 번째 심문기일인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가처분 인용 탄원서를 제출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두 번째 심문기일인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가처분 인용 탄원서를 제출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처분신청의 골자가 안전 보호시설의 정상적 유지 및 웨이퍼 변질 방지 등 필요성에 대한 것이라 전체의 약 10%에 해당되는 관련 인력을 뺀 나머지 조합원은 파업할 수 있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 파업의 범위가 좁아지고 위반 시 손해배상이나 업무방해 등 책임이 커질 수 있어 파업 동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