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역사상 최대의 이변”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분위기는 사실상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3라운드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뒤 단 한 번도 역전패를 당한 적이 없었다. 갤러리도, 미국 언론도, 경쟁자들조차 우즈의 우승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 한국 선수 한 명이 역사를 바꿨다. 당시 세계 무대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양용은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우즈를 압박했고, 18번 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남자 골프 메이저 우승이었다. 지금도 PGA 챔피언십이 열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다.
제108회 PGA 챔피언십이 1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 클럽(파70)에서 막을 올린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답게 세계 톱랭커들과 LIV 골프 스타들까지 총 156명이 출전한다. 한국 선수로는 2009년 챔피언 양용은을 비롯해 임성재, 김시우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올 시즌 손목 부상 여파로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빠르게 흐름을 되찾고 있다. 3월 발스파 챔피언십 공동 4위에 이어 지난주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5위에 오르며 시즌 두 번째 톱10을 기록했다. 페덱스컵 랭킹도 104위에서 56위까지 끌어올렸다. PGA 챔피언십에서는 7차례 출전해 2021년 공동 17위가 최고 성적이다.
김시우는 이번 시즌 가장 꾸준한 한국 선수다. 13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컷 탈락하지 않았고, 6차례 톱10에 들며 페덱스컵 랭킹 7위까지 올라 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공동 2위, WM 피닉스 오픈 공동 3위, RBC 헤리티지 3위 등 시즌 내내 우승 경쟁을 이어왔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8위에 오르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적인 경기력이 살아난다면 첫 메이저 우승 경쟁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양용은의 우승 이후 한국 남자 골프는 꾸준히 메이저 무대를 두드려 왔다. 아직 두 번째 챔피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임성재와 김시우가 도전을 이어받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우승 경쟁도 관심을 끈다.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개막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이후 최근 3개 대회(마스터스·RBC 헤리티지·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연속 준우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9개 대회에서 6차례 톱10에 오르며 여전히 압도적인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회 2연패 여부도 관심사다.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번 PGA 챔피언십까지 제패할 경우 2026시즌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PGA 챔피언십에서만 3승(2018·2019·2023년)을 거둔 브룩스 켑카(미국)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초 PGA 투어에 복귀한 켑카가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메이저의 사나이’ 면모를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LIV 골프 소속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욘 람(스페인)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