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긴급조정권 발동을 두고 재계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대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노동부 고위 관료는 “정부는 가능한 정책을 모두 살피는데 검토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했고,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검토는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근거한 것으로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개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6단체는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 요청 등을 포함한 파업 반대 촉구 성명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증시 악영향 등 직간접적 피해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하기까지 수 주가 걸린다.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 사고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정전으로 500억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명령은 파업 시작 후 발동했지만 반도체 업종 특성상 파업 전에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어렵게 쌓아 올린 공급망 안정성이 파업에 휘청일 수 있다”며 “수많은 소액주주, 협력사 생계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자율 해결이 어렵다면 정부가 법적 장치를 활용해 국가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긴급조정권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민간 사업장에서 발동할 시 정부가 경제적 중요성만으로 파업을 봉쇄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민간기업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검토하기 시작하면 결국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은 사실상 제약되고, 노동 3권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에서 “긴급조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최후의 수단”이라며 “앞으로 자동차·조선 등 국가전략산업에서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이 국가 개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발동 시에는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가 노무현정부에 등 돌린 결정적 계기가 2005년 긴급조정권 발동 때였다”며 “당시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긴급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는 어떤 정부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여론 악화 등 반대급부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노동 존중을 강조하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