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군사화하거나 통항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미·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 해결의 청신호가 켜졌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만 문제를 놓고는 시 주석의 발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중·미는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경고다. 두 정상이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만났을 때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도 않았다. 대만해협 문제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돼 있다. 시 주석의 강경한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는 ‘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지에서 대중 견제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을 향해서도 우회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봐야 한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국제정치 이론이다. 물론 시 주석은 미·중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나 ‘미국이 불안함을 느낄 만큼 중국은 충분히 강해졌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태 지역의 패권을 두고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시 주석이 트럼프 면전에서 대만 등 ‘핵심 이익’에 관해서는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인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한국에게 미국은 하나뿐인 동맹이고, 중국은 매우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다. 미·중 양국이 끝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다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한반도가 연루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5년 5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침공을 당하면 돕겠느냐’는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생각해보겠다”며 답을 미뤘다. 이제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안보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