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눈높이가 다시 올라갔다. 이미 크게 오른 주가인데도 “아직 싸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삼성전자 59만원, SK하이닉스 400만원이라는 목표주가가 제시됐다.
국내 수출 지표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17일 산업통상부의 2026년 1분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은 78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9.1% 증가했다. 특히 D램 수출은 357억9000만달러로 249.1%, 낸드는 53억9000만달러로 377.5% 늘었다. 높은 메모리 가격과 AI 서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출을 밀어올린 배경으로 꼽혔다.
노무라증권은 15일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34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59만원으로 각각 올려 잡았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가 400만원대로 제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무라가 목표주가를 크게 올린 핵심 이유는 메모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묶였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꺾이면 메모리 가격도 흔들리고, 기업 이익도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이제 이 구도가 바뀌고 있다고 봤다. 에이전틱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단기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성장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6배에 머물고 있다”며 “TSMC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두 기업의 이익 지속성과 안정성을 아직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데이터센터 투자다.
노무라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자본지출(CAPEX)이 지난해 1조1600억달러에서 2030년 6조13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9%에서 23%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연산장치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저장하는 메모리의 역할도 함께 커진다.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노무라는 향후 5년간 메모리 수요가 수천배 규모로 늘어날 수 있는 반면, 공급 증가 속도는 5~6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가 먼저 달리고, 공급이 뒤따라가는 구도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무라는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 구조도 과거와 다르게 보고 있다. 현재 메모리 공급 계약 상당수가 3~5년 장기 공급 계약(LTA) 형태로 체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선불 약정과 고객사의 투자 지원 조건까지 붙으면서 계약 해지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과거 메모리 업황은 분기 단위 가격 변동에 크게 흔들렸다. 반면 AI 서버용 메모리는 고객사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더 중시한다. 이 차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을 바꾸고 있다.
노무라 추정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307조원에서 2028년 51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2028년 영업이익도 노무라 추정 기준 480조원으로 제시됐다. HBM 시장에서 앞서 나간 만큼 AI 메모리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목표주가는 말 그대로 증권사의 전망이다. 실제 주가는 메모리 가격, AI 투자 속도, 고객사 재고, 환율, 금리, 글로벌 증시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압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AI 투자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경쟁이 빨라질 경우 공급 부족 전망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보고서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순히 ‘반도체 사이클을 타는 회사’로 볼 것인지, 아니면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공급자로 다시 볼 것인지의 문제를 정면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목표주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건 결국 실적”이라며 “AI 시대가 길어질수록 메모리 기업들의 이익 안정성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지금 다시 계산하는 것은 단순한 주가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장기 가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