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식이 어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여야 대표들은 6·3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의식한 듯 정략적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자신들만이 숭고한 5·18 정신의 계승자라도 되는 양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5·18을 존중한다면서도 5·18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이미 국민적 합의 아래 역사적·법률적 평가가 내려진 5·18을 당리당략에 활용하는 태도는 결코 옳지 않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하며 “내란당의 내란 공천을 보면서 광주 영령들께 이들을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빌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의 뜻이 있다면 내란당의 내란 공천을 역사와 헌법, 민주주의 이름으로 6월3일에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야당을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자세도 볼썽사납지만 ‘하늘의 뜻’ 운운한 대목에선 그저 기가 찰 뿐이다. 광주 영령들 앞에서 기원해야 할 것이 고작 ‘민주당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뿐이라는 말인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념식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은 늘 5·18 정신을 앞세우지만 저들에게 5·18은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권력 확장 도구”라며 “정작 5·18 정신을 무너뜨리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책명을 생략한 점도 실망스럽지만 장 대표가 거론한 ‘5·18 정신’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서 5·18을 헌법 전문에 넣자며 민주당이 발의한 개헌안을 무산시킨 주체는 국민의힘 아닌가. 12·3 사태 당시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부터 함이 마땅할 것이다.
5·18 희생자들을 기린다는 여야가 서로를 향해 ‘혐오’와 ‘저주’의 언사만 퍼부으니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온라인 공간에선 5·18의 진실을 왜곡한 콘텐츠가 봇물을 이룬다. 시위대 배후에 북한이 있었고 심지어 북한군이 직접 개입했다는 그릇된 주장이 아직도 버젓이 유통된다. ‘금서’인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이 음지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현실엔 혀를 차게 된다. 5·18을 정쟁 소재로 삼는 정치권 인사들의 무분별한 언행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5·18 영령 앞에서 여야 모두 성찰하기 바란다.

